어쩌다 주택살이-에너지 2편

나만 유 별난 건 아니야!!

by 살림하는 과학교사
불 꺼라~~~ 누가 불 켜놨니? 방에서 나올 땐 불 꺼야지, 전기코드 좀 꺼요. 노트북 키지 말고 종료를 좀 해요.. 라며 따라다니며 하는 잔소리, 바로 엄마이자 아내인 나의 잔소리다.

그런데 주택에 오니 이 잔소리가 늘어난다. 2층에 올라갔더니 으잉? 드레스룸에? 으잉? 공부방에? 다락에? 1층에 내려갔더니, 으잉? 세면대 앞에? 으잉? 주방에? 공간이 넓어지니 1,2층을 왔다 갔다 하니 아이들도 방불 끄는 걸 놓치고 남편도 놓친다. 하물며 아파트랑 달리 더 늘어난 잔소리가 있다. 그건 바로 화장실불!!

아파트 화장실은 창이 없으니 닫으면 암흑이지만(그래서 문을 살짝 열고 낮에 쉬아하는 버릇이 기억나네? ㅋㅋㅋㅋ) 주택은 훠언하네?? 아니 이렇게 좋을 수가...

그런데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또 한 가지의 잔소리가 되어버렸다.

바로, 낮에 화장실 불 키지마!!!

이러니 남편도 애들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화장실 불끄라는 잔소리를 듣는다.

또 하필 올해(2025) 우리 집이 지구돌봄을 위해 지켜야 할 미션이 (내가 시킨 게 아니라 )전기 절약이었다. 그러니 약속을 지키자며 내가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ㅍㅎㅎㅎ ^^:;;

그래서 벌금까지 만들었다. 벌금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 해서 벌금이라기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교후원금으로 하자고 말했다. 바로 전기가 나오지 않는 지역, 태양광발전 설치를 위한 기후취약층을 위한 선교비로 준비해 두자고 했다. 그랬더니 주머니에서 푼돈이 조금씩 나온다. 근데 이렇게 몇백 원씩 모아서 언제 후원하나 싶기도 하다.

남편도, 아이들도 나를 유별난 엄마 혹은 잔소리쟁이 엄마, 아내로 째려볼 때가 있다. 그래도 나는 묵묵히 한다.

그런데 며칠 전 내가 찾아간 서점이자 제로웨이스트 상점이자 뜨개공간인 문화상점(in 동인천)이라는 매력적인 곳에 가게 됐다. 이 공간의 화장실을 딱 들어서려는 순간 마음이 코옥... 더 따뜻해진다. 그리고 나는 함박 미소를 지었다 푸하하 하하하하하...

나만 유별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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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 이 공간의 주인장과 이 공간을 만나고 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별것 아닌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별게 아닌 게 아닌 거다.


나도 그렇다. 창가에 비치는 약한 햇살만으로도 공간이 점점 밝아짐을 느끼는 것, 그리고 굳이 전기 없이도 충분할 수 있는 스며드는 빛, 그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에너지를 느끼며 살아가는 조응이 아닐까? 이게 바로 점이 선이 되고 면이 되듯 연결되는 마음이 아닌가?

살아있는 존재, 생명, 지구, 다음 세대,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는 게 모 거창한 건가 싶다. 작디작은 습관은 그저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작디작은 것을 보는 시선과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얘들아 화장실 불 꺼라!!!!!! ㅋㅋㅋㅋㅋㅋ 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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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거창하지 않다. 문화상점-책방의 반달이가 나를 지긋히 바라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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