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주택살이- 고양이 3편

우리 집 이웃이자 식솔, 집 떠난 하양이 가족

어쩌다 주택살이-고양이 2편의 후속 편... 집 나간 하양이네 가족 이야기

하양이의 막내 하옹이를 떠나보내고, 엄마인 하양이는 우리에게 느낀 배신감? 위협? 이였을까? 그렇게 두 마리의 새끼, 하정이와 하냥이를 데리고 떠났다.

하양아~ 어딨니? 우리 집 두 아이는 내내 서운해했다. 한 나흘쯤 지났을까? 집으로 걸어가는 길, 텃밭의 창고아래쪽에서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고 보고 있는 아이.. 엇!!! 하양이 새끼다. 하정인가? 나를 보더니 홀랑 그 안쪽으로 줄행랑이다. 하하!!! 우리 집 바로 아래 텃밭 근처에서 은신하고 있었다니.... (가봤자 우리 집 근처 ㅎ)


그날 아이들은 하교하면서 "하양이는 어딨을까?"하고 묻길래, 내가 멀리 못 갔어... 근처에 있다며 안심과 웃음을 내비쳤다. 그렇게 하양이네는 우리를 조금 경계하다가 왠~지 돌아올 것 같은 믿음이 들었다. 배가 고프든, 춥던, 혹은 다시 안전하다 느끼던지 말이다.

그렇게 열흘이나 지났을까? 우리 집은 등교하기 전 아침 7:20분경에 고양이 사료를 주고 간다. 그날 우리가 기다리던 하양이가 홀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기뻐하며 왜 새끼들 없이 너만 왔냐고? 아이들은 어딨냐고 물었지만 그 이후로도 하양이는 몇 날며칠 혼자서 밥만 먹고 쏙~~ 가기를 반복했다. 의리 없는 녀석, 자기 새끼들은 어쩌고....


그렇게 또 며칠이 흘렀다. 이제 기세등등하게 두 마리의 새끼들도 같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스리슬쩍 다시 우리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하하하하하하.... 총명하면서도, 웃기기도 하다. 우리 집에 다시 오기로 마음먹기 시작해서인지, 애교는 더욱 늘어서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몸을 비비고 또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차 소리가 들리면 어디에선가 나타나서 대문 앞에 떠억 서있고 말이다. 엄마의 모성애인가? 생존본능인가?

신기한 건 경계심 잔뜩이던 첫째, 하정이와 둘째, 하냥이도 우리에게 마음을 내어주었다. 엄마의 행동을 닮아가더니 이제는 안아주고 만져도 그러려니~~ 한다. 문 앞에서 같이 기다리고 말이다.

엄마, 하양이(아이들은 발과 얼굴만 하얀 검정고양이에게 하양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와 첫째 하정이가 문을 열자마자 둘째 다리사이로 부비벼 인사하는 모습

냥이들과 지낸 7개월 동안, 놀라운 건 우리 가족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다. 냥이랑 같은 주택 안에서 살 거라고는 눈곱만치도 생각지 않았던 우리가 길고양이, 버려진 고양이, 환영받지 못한 고양이들과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죽음을 바라보면서 같이 아프고,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 우리 집에 오는 고양이도 가는 고양이도 막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 주인 됨이 아닌 그저 이웃으로 살펴주자.


그리고 그렇게 고양이를 살피며 한 가지 루틴이 더 생겼다.

날이 점점 추워지니, 고양이들에게 주는 물그릇의 물에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 커피포트에 끓인 물을 우리 집 아이들이 가져다가 물그릇에 물을 따땃하게 주는 거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침마당 모닝물을 꼴딱꼴딱 마시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는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된다. 이건 어떤 기분일까? 나도 모를 기분이다.

겨우살이 중인 고양이들(냥이들 아침밥주고 따뜻한 물을 주고 아침등교를 하는 우리 집의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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