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주택살이-고양이 4편

우리 집 이웃, 냥이를 처음 떠나보낸 날

2025. 8월까지 우리 집 이웃이자 식솔인 냥이들의 족보는 이러하다.


본래 이 집에 살았던 고양이 찰쓰, 찰쓰의 여동생 뽀뽀는 자유를 향해 떠났다가 우리 집 창고에서 사는 1세대, 족보를 알 수 없지만 자녀는 아닌 걸로 추정되는 하양이와 하양이가 낳은 세끼 세 마리(하정, 하냥, 하옹), 또 다른 가족인 센터와 센터가 낳은 세끼 세 마리(뽀약, 뽀터, 뽀센), 그리고 빼꼼이까지 총 11마리였다.


그리고 나는 올 가을 하양이와 빼꼼이의 중성화수술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지막 센터는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돼서(새끼 낳은 날 추정 8.14) 잠시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여름을 지나기까지 복닥복닥 이러다 냥이들이 계속 느는 거 아닌지, 식솔들이 많아지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데 우리 집 마당의 냥이들은 더이상 늘지 않았다.

정확히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기억을 지우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날 오후 우리 집 오르막 100m 전방에 노란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냥이들이 햇빛샤워하려고 누워있는걸 자주 보니.. 그런가 보다 하다가 너무 정가운데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서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냥이가 우리 집 센터 아니면 빼꼼이(둘이 매우 닮았다)라는 걸 직감했다.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다가 나는 그냥 멈췄다. 더 이상 가면 로드킬을 당해버린 우리 이웃 냥이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초조하게 남편을 기다렸다. 아이들이 제발 저 모습을 보지 않도록 내차를 오르막 쪽에 세워두고 말이다. 아이들은 여느 때처럼 오자마자 냥이들 저녁을 챙겨줬다. 그리고 난 남편에게 어여 올라가서 냥이를 확인해 달라고 그리고 묻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남편이 급히 가서 싸늘하게 죽어서 이미 굳어버린 냥이를 그 옆에 묻어두었다. 도저히 볼 수 없는 몰골이었고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하자고 둘이 묻어두었다. 가슴은 내내 미친 듯이 뛰고 먹먹했다. 이 감정은 4개월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그 상황과 냥이의 이름을 떠올리면 울렁울렁 댄다.

그날 냥이들의 저녁식사를 기다렸다. 우리 집 냥이 센터일지, 빼꼼이일지 알아야 했고 초조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우리 집에 찾아온 냥이는 바로, 빼꼼이였다. 빼꼼이, 수컷 냥이었던 거다. 아....... 난 순간 또 철렁 내려앉았다. 차라리 길에 죽어있던 아이가 빼꼼이였으면 했다. 센터에겐 남겨진 새끼가 세 마리나 있었으니깐 말이다. 아... 그런데 어쩌지? 센터가 하늘나라로 갔다. 그리고 세 마리의 새끼가 남았다. 아직 사료도 잘 먹지 못하는 새끼들 말이다.

그리고 나는 빼꼼이에게 미친 듯이 미안했다. 도로 위에 쓰러진 아이가 빼꼼이기 바랐는데 살아 돌아온 빼꼼이를 보며 내가 너에게 그런 마음을 갖아서 미안했고 센터의 새끼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반려동물을 키운 적 없는 나는 사료를 줘도 잘 못 먹을 새끼들에게 냥이우유를 사보고 키튼 사료도 사보고 하면서 달래듯 밥을 주었다. 다행스러운건 한 달 정도 지난 새끼들이 사료를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우유에 살짝 불려서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아직도 센터가 왜 사라졌는지 모르며 하루하루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지금은 12월 그러니까 센터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약 4개월째 아직도 아이들은 묻는다.

냥이 이야기를 할 때 왜~ 센터는 빼? 센터는 언제 올까? 센터는 다른 고양이랑 결혼했다? 또 새끼를 다른 데서 났나? 왜 안 오지? 센터보고 싶어. 센터가 제일 그리워... 그리고 둘째가 그림일기 속에 아직도 센터는 계속 그려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이야기할 때가 온 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려 한다.

"센터는 하늘나라 갔어. 그곳은 아픔도 없고 고통도 없고 아름다운 곳이야"

라고 말이다.

그리운 센터, 그리고 어떤 누구의 죽음도 우리가 어쩌지 못한다는 거,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책임과 사랑이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라는 것...

센터, 처음으로 동물에게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고 물을 주고 이름을 지어주며 안부를 물었던 첫 길고양이가 죽었다. 그 이름만 떠올려도 감정이 뭉클하고 아프다. 그리고 보고 싶다. 아이들도 그렇겠지? 그리움도, 사랑도, 책임도, 그렇게 주택살이를 하며 오고 가는 냥이들을 보며 배우고 있는 시간들이다.


애들아.. 너무 마음 아파하지마. 우리에겐 죽음도 생명도 한날 한시 그저 함께 하는거니깐....매일, 매일이 그저 허락된 삶이고, 그 삶에 성의를 다하며 살아가자. 사랑하자.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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