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RE100, 전력계량기를 거꾸로 돌린 한 해
에어컨 없이 살던 우리 가정에게도 위기가 닥친 한 해였다. 다행인 건 우리 집의 지하는 꽤나 시원해서 선풍기를 들고 매번 지하로 피신을 갔다. 찬 공기는 아래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순환한다는 것도 바로바로 체득되는 다층 주택, 이 과학의 원리...
사실 이사 온 주택엔 버젓이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는데 내가 바보 같은 건지, 열심히 돌아가는 실외기와 지구온난화 걱정인 건지 에어컨을 틀지 않고 살기를 작정한 지 5년 째이다.
다음 세대에 대한 긍휼함과 미안함으로 시작된 실천이었는데 지금 나는 올여름, 나의 자녀들에게 그리고 우리 집에 찾아오는 지인들의 방문은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나의 자녀에게 여름은 여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건강함과 기후 적응력을 길어주는 것인가 아니면 학대를 하고 있는 것인가?
올여름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오만가지 고민이 들었다. 즉, 갈수록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지고 폭염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곳은 아직 LPG 가스로 난방을 한다. 소위 난방을 돌린다는 말을 하면 큰일 나는 동네다. 이전에는 전열기도, 전기매트도 없이 살았는데, 이제 전열기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인가? 11월이 되니, 주택의 겨우살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11월 중순의 어느 날 새벽, 실내온도가 15도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느낌이 안 든다.
이유가 뭐지? 하며 생각을 해보니, 바로 단열이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는 20년이 넘고 샷시? 도 단 한 번 하지 않은 전세로 돌려 막기 한 집이었다. 항상 18-19도로 온도를 맞추고 살아도 아침에 눈을 떠 일어나는 순간 윗공기는 차고 나의 발바닥은 이 온도가 18도인지 19도인지 가늠이 될 정도였다. 그 정도로 나의 겨울온도 감각은 뛰어났다 ㅋㅋㅋㅋ
그런데 웬걸? 이 주택은 분명 실내온도가 15-17도라는데 덜 춥다. 아,,,,, 웃풍만 없어도, 단열만 잘되도 되는 거였구나…. 싶다. 우리 가족은 모두 목소리를 모아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반드시 단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리라… 다짐했다. ㅎㅎ
그리고 올 겨울 이 집에 있는 벽난로 적극 활용해 보기로 했다. 물론 남편의 노고가 좀 있지만 말이다. 바짝 마른 주변의 땔감들과 창고에 쌓아둔 나무장작을 패는 일은 남편에게 또 다른 새일? 이 되었다. 남편은 자신이 장작을 패고 지낼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ㅎ
오후 5시쯤 되어 해가 지면 벽난로에 불쏘시개와 장작으로 불을 땐다. 그러면 우리는 그 주변에서 옹기종기 모여 저녁시간을 보냈다. 벽난로에 누가 더 가까이 가느냐..? 가 항상 눈치게임, 그런데 대부분 그 자리는 수족냉증이 심한 내 차지긴 했다. 벽난로 앞에서 같이 뜨개질하고 나뭇가지로 리스를 만들고 사부작사부작, 벽난로가 있는 주택이 아니면 언제 이런 추억을 쌓을까 싶을 만큼 좋은 기억이 되어 준 겨울이다. 그리고 그 온기는 불이 꺼져도 반나절이나 간다. 잠시 추위에 떨고 들어와도 꺼진 벽난로의 온기가 집을 감싸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온기마저도 참 감사했다.
이 주택에 빛에너지를 이용하는 태양광이 설치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는가? 다행스러운 건 집주인이 두고 간 3대의 전열기까지 겨우내 잘 활용했다. 이미 태양광으로 생산한 잉여전력이 많으니, 전열기를 밤에 잠잘 때와 방학기간, 추울 때마다 틀어보기로 했다. 겨울 동안 태양광으로 전기생산은 얼마나 되고, 우리는 전열기로 얼마나 쓸까? 궁금했다. 두근두근두근, 드디어 얼마 전, 고지서가 날아왔다.
생각보다 겨울에도 태양광은 열심히 전기를 생산해 주고 있었다. 가장 많이 전기를 생산한 6월(8월이 아니네? 아~~ 낮이 길어지는 하지 때구나,,, 공전주기와 절기가 절로 체감), 전기를 가장 적게 생산하고 가장 많이 소비한 1월을 비교했다. 1월엔 생산량의 두 배를 조금 넘게 썼다. 그럼에도 3월-11월까지 전기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훨~~ 씬 많다.
누구에게나 부족함이 없이 공급되는 빛, 그 빛에너지의 놀라움을 여실히 느꼈다. 난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기쁘다. 올 한 해 내가 인덕션을 쓰고 전기레인지와 오븐을 돌리고 집에 불을 켜고 전열기를 떼고, 내가 쓰는 모든 전기가 우리 집 태양광패널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우리 집이 RE100이 된다는 것이 말이다.

이 놀라움과 이 풍성함을 그저 모두가 누렸으면 좋겠다.
발전소에서 송전선을 타고 흐르는 전기로 인해, 누군가는 눈물을, 누군가는 그 눈물을 먹고 생산된 전기인지 모르고 낭비하듯 쓰는 전기 말고 말이다.
태양광을 주거단지, 공공기관, 산업단지, 주차장, 공항과 기차역, 고속도로, 방음벽, 공터 등에 설치한다면?
에너지분산장치와 ESS저장장치, 스마트 그리드로 지역 RE100, 에너지 자립마을.. 어쩌면 불가능한 말이 아닐지 모르겠다. 가능한 마을, 사회를 모색하지 않을 뿐이지 않을까?
에너지전환이 필요한 시대에, 내가 사는 주거공간이 빛에너지만으로도 충분함을 누린다는 건 결코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삶의 또 다른 전환적 사고를 능동적으로 상상하게 만들었다.
태양광으로 우리 집부터 RE100.. 전기사용량=0,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