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이제는 주택이 아니면 어떻게 사나 싶은 일상
어쩌다 이사오게 된 멋진 주택, 내게는 지금도 참, 과분한 집이다. 2년 전세살이를 결정하고 두 달 만에 자연도(영종도)라는 섬으로 이사를 온 지 벌써 1년을 앞두고 있다.
가지와 오이, 부추, 아스파라거스, 깻잎, 쪽파를 조금은 수확해 먹을 수 있는 작은 텃밭, 그 옆에 그리도 원했던 퇴비 간을 만들고, 노지 딸기와 산딸기나무, 작은 앵두나무와 올겨울 멧누에나방이 고치를 튼 뽕나무, 벌레가 많이 먹었지만 충분히 맛있는 과일을 맺는 복숭아나무, 늦은 봄 너무 아름다운 분홍 꽃을 피워주는 겹벚꽃나무가 있는 곳, 봄과 가을에는 보랏빛 노란빛의 이름 모를 꽃이 피고, 겨울은 그라스와 억새로 충분히 멋스러운 마당이 있는 곳이다. 여름은 여름답게 너무 더워서 지하로 피신을 갔고, 겨울은 겨울답게 참 추웠지만 그래서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수돗가의 물을 틀 줄도, 마당의 잔디를 깎을 줄도, 주택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비가오면 습해지고 베란다 물이 차기도 했다. 겹벚꽃에 온통 벌레가 먹어버리고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몸으로 느끼고 감각으로 체득해야만 깊이 알고 경험으로 배우는 나는, 작년 한 해 계속된 시행착오? 우당탕탕 거렸다.
그림책 '나는 정원에 살고 있습니다'의 책 저자와 같은 삶을 기대했던 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마당의 연못을 파고 찾아와 주는 생명, 마당의 나무와 풀,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곤충과 새를 기록할 줄 알았다. 허브정원에서 날마다 로즈메리와 라벤더, 세이지를 따서 요리해야지.... 그건 상상이었다. 허허허허 ㅜ
집 앞 텃밭을 빌려서 멋들어지게 만든 퇴빗간과 나름의 퍼머컬쳐는 사실상 망했다. 달랑 감자와 상추 수확이 다였고 심기어 놓은 고구마는 고라니의 밥상이 되었고 정리되지 못한 텃밭은 야생풀의 기세를 꺽지 못하고 그냥 풀밭이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 집 테라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고양이들과의 동거, 그들의 출산과 죽음(질병과 로드킬)... 이런저런 기쁨과 슬픔, 돌봄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과 묵상이 계속된 한 해였다.
그리고 집 앞 전깃줄에 앉은 뻐꾸기와 새오라기, 곧 찾아와 줄 찌르레기와 검은 이마 직박구리, 우리에게 큰 기쁨을 선사해 준 수리부엉이와 힘들게 탈피하는 매미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본 현장까지,, 그들이 찾아올까? 그들이 잘 지낼까? 그들을 보러 갈까? 하는 마음이 가득하게 만든 이곳이다.
며칠 전 아이들은 생일맞이를 하자고 한다. 무슨 생일?이라고 묻자 우리가 자연도 이 집으로 이사 온 1년 생일을 축하하자고 말이다. 아... 아이들에게도 8년의 터전을 떠나 이곳에 정착하고 적응해 가는 것이 새롭고 뜻깊었구나.. 싶다.
아이들은 고양이를 돌보며 사랑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고, 나는 이제 언제나 빛과 바람과 비를 ㄴ끼고 살아가지 못하면 안 될 거 같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건물 안에 사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고작 1년 만에 말이다.
아이들과 어쩌다 주택살이 1주년 기념을 어떻게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