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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애 Aug 01. 2023

원빈이가 왜 그럴까?

원빈이를 즐겁게 해주고 싶다.




요즘 저희 반에 유난히 신경 쓰이는 아이가 한 명 있어요.


친구들을 괴롭히냐고요? 아니요.

욕을 하냐고요? 아니요.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움직임이 거의 없는 아이랍니다. 그런 아이가 왜 신경이 쓰이냐고요? 글쎄요. 저는 그 아이가 굉장히 신경 쓰입니다.






원빈이는 블록놀이도, 미술 활동도, 보드게임도…. 돌봄 교실의 그 어떤 활동에도 참여하려 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1학년 남자아이처럼 서로 어울려 장난이라도 치면 좋을 텐데요. 친구들과 같이 놀기는커녕 말도 섞지 않습니다. 종일 교실 구석에서 혼자 뒹굴거리며 하품만 하다 가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간혹 혼자만의 시간 보내는 걸 진심으로 즐기는 아이들이 있긴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자신만의 상상의 세상에서 나름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혼자 춤을 추기도 하고요. 투명 인간과 종일 수다스러운 대화를 하기도 하지요. 이런 성향의 아이들도 친구가 같이 놀자고 하면 반기지 않아요.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괜찮아요. 이 아이는 행복해 보이니까요.



자신만의 세상에서 혼자만 놀고 싶어하는 분홍이.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하지만 원빈이는 달랐어요. 분명 그런 걸 즐기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원빈이의 따분해 보이는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원빈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건 아니냐고요?

아니요. 친구들이 놀자고 제안해도 오히려 원빈이가 외면하는걸요.


입학한 지 한참 지나 이제 적응할 때도 됐는데 아직도 적응을 못하는 걸까요?


원빈이가 왜 그럴까요?


아이의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됐습니다. 나는 장난꾸러기 아이들 10명보다 원빈 같은 성향의 아이 한 명이 더 신경 쓰입니다.


돌봄 교실에서는 주로 놀이위주 활동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잘 노는 아이들이 빨리 적응을 하지요. 어떤 아이들은 특별한 놀잇감이 없어도 아주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해 냅니다. 그런 아이들은 내가 놀이에 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요. 안보는 척 관심 없는 척 조금 떨어져 있다가(사실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음) 문제가 생길 기미가 보이면 그때 다가가주면 된답니다.


원빈이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왜 그러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수시로 괜찮은지를 묻고 무언가 같이 하자고 제안도 해봤어요. 대답 없는 아이 옆에 앉아 혼자 중얼중얼거렸습니다. 아이는 거의 반응이 없고 심지어 내 질문에 대답조차 잘 하지 않았지요. 구석에만 종일 앉아있는 원빈이를 보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내가 원빈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원빈이가 돌봄 교실에 와서 나에게 하는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지금 몇 시예요? 나 언제 가요? “






끄적여 보는 생각 쪼가리

잘해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어도 아이는 부모랑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당신을 하루 종일 기다려준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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