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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애 Jul 31. 2023

돌봄 전담사를 아시나요?

수업이 아니라 활동을 합니다.




6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간직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오래된 별관 건물 1층에는 돌봄 교실이 있습니다.


나는 이 학교에 발령은지 5년째 되는 돌봄 전담사입니다.


내 직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운한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나도 내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돌봄 교실의 존재를 전혀 몰랐으니까요. (아이가 태어나고 오랫동안 전업주부 생활을 했음) 물론 돌봄 전담사라는 직업도 몰랐습니다.


요즘 돌봄 교실이 자주 이슈가 되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내 직업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 부모들은 돌봄 교실이나 돌봄 전담사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는 않을 거예요.


혹시나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1. 돌봄 전담사는 교육공무직이다.

2. 8시간(전일제), 6시간(시간제)으로 채용된다.

3. 돌봄 전담사는 방과 후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학교에서 돌봐주는 일을 한다.


돌봄 전담사는 교육공무직입니다. 계약직이지요. 일반 계약직보다 조금 나은 점이 있기는 합니다. 앞에 무기라는 단어가 붙거든요.


근무시간이 지역마다 다릅니다. 제가 사는 서울은 8시간, 6시간으로 채용합니다. 간혹 저처럼 4시간 근무자도 있지요. 예전에는 8시간, 4시간으로 채용했었거든요. 4시간이 6시간으로 연장되면서 4시간 근무자는 더 이상 채용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근무하던 사람 중 연장근무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만 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답니다. 저처럼요.



사람들이 저희를 돌봄 교사 또는 돌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돌봄 전담사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초등보육전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는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에게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사용합니다. 교사도, 조리사도, 실무사도 선생님으로 부르죠. 돌봄 전담사 역시 학교에 근무하기에 선생님이라 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는 아니랍니다.


돌봄 교실에서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학부모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돌봄 전담사는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수업권이 없습니다.  아이들과 수업 대신 활동을 할 수 있지요.


돌봄 전담사로 발령받은 첫해 나는 아이들 앞에서 수업과 활동이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 사용 던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활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했었지요. 어느 날 우리 반 아이가 나에게 그려준 그림편지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우리반 아이가  그려준 나의 모습



그림 속  “활동하자.”라고 쓰여 있는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문장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그려준 내 모습은 묘하게 나랑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지금은 아주 많이 자라 더 이상 돌봄 교실이 필요 없게 된 아이지요. 아주 이쁘고 사랑스러웠던 그 아이가 이 그림을 기억할까요?


“은율(가명)아, 너 이 그림 기억하니? 네가 그려준 이 그림이 너무 맘에 들어서 사진으로 꼭꼭 간직하고 있었단다. “


그런데 수업과 활동의 차이가 뭘까요?


처음에는 이 단어의 차이점에 대해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수업이든 활동이든 어때요?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그만이지요.


자, 그러면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활동을 하며 놀아볼까?


오늘도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즐겁게 놀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없지만 아주 아주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고 말 거예요. 기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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