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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애 Aug 07. 2023

나를 안아 줘서 고마워!

안는 것도 전염이 되나요?




교실 문을 열자마자 한 아이가 제 허리를 덥석 끌어안습니다.


우리 반 사랑이 입니다.


입학식 날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지요. 복도에서 제가 돌봄 4반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사랑이는 제 허리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선생님이 내 돌봄 선생님이라서 정말 행복해요.”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았냐고요? 아니요. 당황스러웠습니다. 통성명도 안 한 상태에서 제 허리를 덥석 끌어안는 아이가 매우 불편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스킨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친한 친구가 기분이 좋아 팔짱을 낄 때가 있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어색함에 몸이 뻣뻣해집니다.


남편이 걷다가 손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손을 뺄 수 있는 기회를 찾습니다.


친구와 남편을 좋아하지 않는 거냐고요? 아니요.


친구도 좋고, 남편도 가끔 맘에 안 들 때가 있지만… 좋습니다. 저에게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스킨십이 별개입니다.


제 아이에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혼자 걷는 게 위험한 나이였을 때는 항상 손을 잡아줬습니다. 안아주고, 업어도 줬지요.

아이가 스스로 잘하게 된 어느 날부터.

아마도 중학생 때부터인 것 같아요. 그때쯤부터 아이의 손을 잡거나 안은 기억이 없습니다. 분명 아이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죠.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많이 후회가 됩니다.




입학식날 이후에도 사랑이는 나를 만날 때마다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렸습니다.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린아이가 좋다고 그러는데 매몰차게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달, 두 달, 세 달 뒤에도….

사랑이는 나를 안아주는 것으로 돌봄 교실의 하루를 시작했지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안아주는 것도 전염이 되나요?

나를 안고 있는 사랑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내 허리에 매달립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뻣뻣했던 나도 두 팔로 아이들을 안고 있더군요. 아주 아주 자연스럽게요.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사랑이는 2학년이 되었습니다. 사랑이는 내가 맡고 있는 돌봄 반이 아니라 다른 돌봄 반이 되었습니다. 반이 바뀐 새 학기 첫날 복도에서 사랑이를 만났습니다.

나는 사랑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두 팔을 벌렸습니다. 사랑이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사랑아, 고마워. 사랑이가 매일 안아줘서 1년 동안 선생님은 너무 행복했어.”



그 해,

곧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코로나는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안아주는 것은 물론 서로 바라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기간이었죠. 서로 손잡고 안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갓 대학생이 된 아들이 저만큼 떨어져 걷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요? 아니면 코로나 기간 거리두기 때문에 스킨십을 갈망하게 된 걸까요? 요즘 들어 제 아들 또래의 남자와 어머니인듯한 두 사람이 손잡고 걷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들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으악, 왜 그래요?”

아들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얼른 빼버립니다. 참 쌀쌀맞은 녀석입니다. 누굴 탓하겠어요! 싫다고 뿌리치는 녀석의 손을 다시 꽉 잡아버렸습니다. 아주 꽈악.





끄적여 보는 생각 쪼가리

오늘은 아이의 손을 잡아 보세요.
다 컸다고 생각되는 아이라도 가끔씩은요. 제가 해보니까… 음~
제 손보다도 훨씬 더 커진 아들의 손을 꼭 잡아보니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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