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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Jan 20. 2022

개미로써의 일상

BITCOIN?



 2020년 1월 31일 나는 퇴사를 했어. 나는 퇴사 전에 모아둔 휴가로 싱가포르로 여행을 마침 다녀왔지. 하지만 이때가 언제인지 알아? 바로 전 세계 모든 일상을 바꿔버린 코로나가 시작했을 때야. 내가 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국내에는 3번째 환자가 나왔다는 기사가 있었고, 싱가포르에는 30번째 환자가 나왔다고 할 때였어. 그땐 우리 사회가 코로나에 대해 심각성이 없었어. 그래서 나도 그냥 여행을 떠났지.

 이때는 코로나라 불리기 전이었고, 우한 폐렴이라고 불렸었지. 싱가포르 여행 내내 수많은 중국인들을 만났고, 심지어 내가 머물렀던 숙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소식을 들었어. 이는 내가 귀국하고 나서였고, 나와 묵었던 시기 또한 겹쳤어. 하지만 난 멀쩡했고 정말 운이 좋았지.

 여행 내내 바이러스가 계속 신경 쓰였고, 중국인 및 서양인들 조차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았어. 한국인들만 전부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 아무튼 싱가포르 여행은 추억보다는, 바이러스 때문에 온 신경이 곤두섰던 기억밖에 없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에서 코로나의 심각성을 다루게 되었고, 이는 세계 증시에 큰 영향을 끼쳤어. 나도 개미 투자자로서, 2년 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을 전부 한 종목에 넣어두고 나왔기에 타격이 컸었지.

 그래도 나는 나름의 전략으로, 배당금도 잘 주고 움직임이 무거운 금융주에 넣기로 했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하게 떨어지더라고. 누가 금융주가 무겁다고 했어? 반토막 나는데 고작 2달 밖에 걸리지 않던걸? 왜 항상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2년 동안 모은 돈 6천만 원은 두 달 만에 3천만 원이 되었고, 좁디좁은 개미의 마음으로는 하루하루가 자책과 절망이었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하지만 나의 부름에 조상님이 응답하셨는지, 예전에 다른 통장에 넣어둔 돈 천만 원이 있었던 걸 찾아냈지. 생활비로 따로 빼둔 돈을 제외하고 팔다리가 잘린 개미는 천만 원으로 다시 투자를 시작했지.


 2020년 12월 31일.

비트코인이 다시 유행하기 전, 한 친구의 권유로 가상화폐 시장에 먼저 들어갔지.



 나의 첫 거래는 이더리움 클래식으로 UI 및 거래 방식을 익히려 100만 원을 들어갔어.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무려 20%가 오르던걸? 나는 확신했어. 여기서 내 3천만 원을 만회를 하리라.


 그리고 2월 3월 계속해서 돈을 쓸어 담기 시작했어. 천만 원이었던 돈은 어느새 3천만 원이 되었고, 5천만 원을 눈앞에 두었어. 나는 여기서 번 돈으로 생활비를 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투자로 돈을 버는 개미가 되었지. 하지만 나의 배움은 부족했던 것일까, 조상님이 나에게 시련을 주었지. 비트코인이 다시 열풍에 들어오면서 기가 막히게 곤두박질치더라. 나의 돈은 점점 다시 사라져 갔고, 생활비 벌기도 빠듯했어.


 나는 처음 다짐했던 마음은 잊은 채, 돈을 더 벌기 위해 매일 핸드폰만 바라보며 살고 있었어. 목표했던 금액은 채우고도 남았지만 나는 계속 투자했고, 그럴수록 계속 돈은 잃어만 갔지.

 하지만 깡통을 차보지 않고 다행히 정신을 차렸더라. 나도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코인 투자를 멈췄고 다시 주식 투자로 들어섰지. 다행히 해외주식 투자로 발길을 돌린 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어.


 나는 1년 동안의 코인을 투자했던 불개미로써의 일상에서, 깨우친 게 많았다고 생각해.


 내가 하루에 100만 원씩 벌면서 사람이 거만해지고 자만심에 빠지더라.

 카페에서 앉아 있으면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까지 했었어.


 '하루에 일하면 얼마나 벌까? 그냥 코 인해서 10분 만에 벌 돈인데.'

 '힘들게 일하지 말고 코 인해~ 앉아서 돈 버는데 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철저하게 무시해버리고, 그것을 조롱하고 있었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라도 이렇게 생각했다니. 속이 좁디좁은 개미가 투자로 돈을 벌면 이렇게 변하나 봐.


 나는 다시 평범한 개미로 돌아왔어.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고 있고,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고 있어. 그때 벌었던 100만 원이 얼마나 벌기 힘든 돈인지도 몸소 느끼고 있으며, 쉽게 돈 벌었다는 사람들의 말들을 가려들을 수 있게 되었어.


 나는 꽤나 이른 나이에 이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해. 1년 동안 무언가에 미쳐있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하지만, 미련이나 후회는 없어.


 투자자로서 더 큰 그릇이 되어, 겸손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 되어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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