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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Jan 24. 2022

유니클로(UNIQLO)에서의 일상

UNIQLO?



  유니클로 하면 뭐가 떠올라? 히트텍, 플리스 및 에어리즘 정도? 그리고 최근엔 불매운동이 떠오르겠지.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의 한국에서 매출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명품 디자이너와 콜라보한 제품이 나오면서 불매는 무슨, 품절사태가 일어났어.


 나야 뭐 유니클로 제품에 별다른 관심도 없고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기에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지.


 그리고 나는 유니클로 파트타이머 알바를 지원했고, 이젠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지. 좋든 싫든 유니클로의 소식은 나의 일상에 매일 들어오게 되었어. 


 어쨌든 유니클로에서의 일상은 시작되었어.

 근데 이제 와서 뭐가 아쉬워서 알바를 시작했냐고?

 그냥 재미있을 거 같았어.

 그저 커피숍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독서실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 아쉬웠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흥미가 강하게 느껴졌어. 물론 이 말에 책임감이 없다는 것도 알아. 만약 하다가 재미가 사라지고 흥미가 떨어지면 곧바로 나오겠지.


 가장 먼저 3일 정도 일하고 느꼈던 유니클로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는 거야. 유니클로 알바 후기니 뭐니 써져있는 글을 잔뜩 읽어보면, 일하다 죽을 거처럼 써놨는데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어. 

 나는 판교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곳에서 일을 해서인지, 한 달이 넘도록 진상고객을 만나보지도 못했어. 물론 정도의 차이로 아슬하게 나의 기준에서 진상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기적인 사람들은 꽤나 많더라. 나는 저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다른 데 가서 절대 저런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덕분에 매주 하게 되었어.

 그리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게 되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직원 및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느낀 것이 있어. 회사 또는 어느 곳을 가도 사람 관계에서 항상 상처받는 일이 발생해. 유니클로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어.


 군대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유니클로에서 처음 들어가면, 새로운 업무에 대해 쏟아지듯 한꺼번에 배우게 될 거야.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업무들을 몸으로 직접 부딪히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서 결국 습득을 할 것이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실수는 언제 어디서든 나오고, 우리는 피드백을 통해 그 실수들을 줄여나가는 것이지.

 하지만 우리가 가장 억울한 순간이 뭐겠어? 배우지 않았는데 그걸 왜 그렇게 했냐고 처음부터 짜증과 화를 내는 사람들의 태도야. 그 사람들은 내가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 그저 내가 맘에 안 들고 이때다 하며 괜한 꼬투리를 잡아서 나에게 짜증을 낸다는 것도 나도 알고 있어. 군대생활 2년에 대기업 생활 2년 그리고 수많은 알바 경험 4년 차면 이 정도 눈치는 저절로 생겼지.

 

반면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으면 와서 처음에 어떻게 배웠는지 물어보고, 다시 올바른 방식으로 고쳐주는 사람들이 있어. 유니클로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후자였지.  


 그리고 나는 전자의 사람에게 잘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퇴근하고 그때의 상황을 곱씹으면서 괜한 감정 소모를 안 해도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저 나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처음에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알려주며 어떻게 하면 실수를 안 하게 되는지 까지 알려주는 후자의 사람에게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야. 물리적 보답이 아닌, 그저 맡은 일을 잘 해내어 누구한테 배웠냐 물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가장 보람차고 뿌듯한 보답이 아닐까?




 나는 솔직하게 말해서 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어. 오롯이 나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 왔으며, 나만의 세계가 너무 뚜렷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이것이 나를 작은 철창에 가두고, 한계를 둔다고 느꼈어.

 그리고 나는 많은 사람들을 일부로라도 만나면서, 나를 표현하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노력했어. 내 생각을 꺼내는 건 편한데, 내 감정을 꺼내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를 하면, 반대되는 지점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해 보니 정말 매력적이더라.

 그 지점에서 다시 나를 생각해보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라 생각이 들면 거기서 정말 많은 영감을 받게 되었어.

 내 주변으로 명확하게 선들을 그어 놓고, 나는 그 선들 안에서 나만의 세상을 꾸리고 있었어. 하지만 이 선들을 희미해지고, 흔적이 옅어지면서 나는 그제야 선들에 집착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어.


 유니클로에서 아직 대화를 많이 못해본 사람들이 많이 존재해. 나는 앞으로 이들과 관계의 집중을 통해 다시 새로운 영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


 우리에게 현재 주어지고, 그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 집중해보면서 살아가 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 이 세상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남에게도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나의 세상이 더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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