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가장 특별한 한 사람에게 나의 유언장을 전달합니다.
가장 미안할 너에게
내가 세상에서 떠나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할 때, 쉽게 가지 못할 이유는 바로 너를 남겨두어서야. 평소에 너는 혼자서 도와달라는 어리광도 없이 똑 부러지게 다 해내어, 괜히 해주지 못한 무안함에 내가 오히려 투정을 부렸지. 하지만 이런 모습 뒤에 너는 그 누구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란 걸 알게 되고 더욱 너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주고 싶었어.
그러기에 이렇게 너를 두고 떠나자니 떨어지는 눈물 아래 발등을 적시고 있을 수밖에 없어.
너와 함께할 시간이 이렇게나 짧을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은 예쁜 옷을 선물하지 못함을 후회하고,
자존심을 앞세운 날카로운 말대신 사랑이 담긴 따뜻한 말을 건네지 못함을 후회하고,
퇴근이 늦어 나를 항상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너에게 일찍 달려가지 못함을 후회하며,
사랑만 주었어도 짧았을 시간인데 모든 것이 아쉽기만 하고 미안하기만 해.
앞으로 평생을 하염없이 돌아오지 않는 나를 그리워할 너에게, 부디 너의 찬란할 인생을 모두에게 뽐내고 나서 때가 되면 그때 이곳으로 나를 기억해 주며 돌아와 주었으면 해.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문 앞에서 이번엔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네가 나를 매일 기다려준 것처럼.
너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기에, 수많은 냄새들을 맡고 예쁜 것들을 보고 맛있는 것들을 먹으며 흘러가는 무한한 시간들을 느끼고 즐겁기를 바랄게.
나를 보내고 슬피 울고 있을 모두에게, 슬픔보단 행복함이 가득한 삶을 보냈으면 해.
2024.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