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가을이 가고 있다

by 이야기봄

오빠가 결혼해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 친정아버지는 손녀 이름을 지으시고 감나무 두 그루를 심으셨다. 좁은 마당에 있는 감나무가 이제 서른을 바라본다. 해마다 감나무에서 감이 열리는 일이 계절 바뀌는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올해도 오빠가 딴 감을 받았다. 홍시를 만들어 먹어야 해서 부엌 한 켠에 탑처럼 쌓아 뒀다. 시장에 가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감이 싸고 많은데 이렇게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가을과 잘 어울리는 감을 보는 일이 생각보다 좋다.

감을 집안에 두고 기다리면 맛있는 홍시가 된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어떤 일은 그런 일도 있는 것이다. 감을 보면서 할 일은 딱 하나 홍시가 될 때마다 먹을 달콤한 맛을 기대하기만 하면 된다.


감을 딸 때 높이 있는 감은 긴 막대를 이용해야 하는데 간혹 나뭇가지에 달린 채 감을 따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나뭇가지에 달린 감을 집안에 매달아 두고 보는 맛도 좋았다. 특히 엄마가 그렇게 하는 걸 좋아하셔서 더 생각이 난다. 이번에 감을 주면서 오빠도 그 얘기를 했다.

‘엄마가 가지에 달린 감을 부엌 창가에 두길 좋아하셨는데…….’


삼십 년 된 감나무니 해마다 얽힌 사연도 그만큼이다. 감나무를 따던 아버지 얼굴도, 마당에 떨어진 잎을 부지런히 쓸던 아버지 뒷모습도, 감나무 아래 수돗가에서 일을 하시던 엄마 모습도, 감을 따서 예쁘게 깎아 곶감으로 말리던 오빠 모습도, 감나무 아래 피고 지던 철쭉까지 다 한 모습으로 눈앞에 떠오른다.

친정집 근처가 재개발예정지역으로 묶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감나무는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떻게든 자리를 옮겨서라도 감나무를 살릴 수야 있겠지만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는 어려울 텐데 그 점이 아쉽다.


시어머니께 감을 드렸더니 '예전에 침들여 먹는다고 했는데 해 본 적은 없구나'라고 하신다. 감을 본 어머니께도 떠오르는 예전 기억이 있으신 게다. '침 들인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들어봤던 말이라 반가웠지만 자주 쓰지 않는 말이니 아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가을이 왔다는 걸 마음으로 알 수 있는 감나무, 아마 한 달 정도는 감나무에 깃든 정성을 떠올리며 깊어가는 가을을, 흘러가는 계절을, 무심한 세월을 생각할 것이다. 아, 가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