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종착지가 아니라 경유지이다

치과의사 아들을 둔 그녀의 현실 이야기

by 쉼앤바라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아이고 이게 누구야? 진짜 오랜만이네.”



15년 만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그녀를 마주쳤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 짧은 안부만 나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분 남짓,

그 시간 동안 15년의 시간을 나누어야 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어서 뱉어내야 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외아들을 키웠다.

아들은 공부를 썩 잘하는 않아 이름 있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녀는 "외아들"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각별함 때문인지

아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을 군 제대 후 캐나다로 유학을 보냈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아들은 치과의사가 되겠다고 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지루하고 끊임없는 경제적 지원이 시작되었다.



기존 대학에서 치대로 편입하기 위한 준비기간 3년,

결국 편입에 성공해 한 지방 대학의 치대를 졸업할 수 있었다.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준비기간 3년,

치의학전문대학원 생활 4년,

치과의사 국가고시 준비 기간과

인턴 1년과 레지던트 3년 수련을 거쳐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까지

아들을 마흔 살이 될 때까지 뒷바라지했다.



그녀의 아들은 치과를 경영하는 재력가 집안의 딸과 결혼했다.

항간의 떠도는 이야기로는 여자 집안에서는 치과를 경영하기 위해 치과의사가 필요하고

그녀의 아들 입장에서는 치과를 차려줄 배경을 원했기에

서로의 요구사항에 딱 맞는 합리적인 결혼이라고 했다.



시나리오대로 그녀의 아들은 제법 규모가 있는 치과의 대표 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들이 낳은 쌍둥이, 손주들의 보모가 되었다.

평일이면 그녀가 그녀의 집에서 쌍둥이를 돌보고

주말이면 아들내외가 자기들의 집으로 아이들을 데려가 돌보고

일요일 저녁이면 다시 아이들을 그녀의 집으로 맡겼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유치원을 다니는 쌍둥이의 보육은 아직도 그녀의 몫이었다.



"우리 아들 치과하는 거 알지? 0000 치과"

"네. 이야기 들었어요. 지금 어디 가세요?"

"쌍둥이들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시간이라서."



같은 여자로서, 같은 엄마로서 마음에 씁쓸함이 할퀴었다.

자신에 대한 질문을 자식으로 답하는 엄마들을 볼 때 종종 느끼는 감정이다.

물론 자식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그 자식을 키워낸 자신이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그렇지만 자식의 선택에 따라 엄마의 삶이 당연하게 자식에게 맞춰지는 것은 꽤 슬픈 일이다.

자식이 소중한 만큼 엄마의 삶도 동일하게 귀중하다.



아들은 엄마에게 얼마나 고마워할까?

아들은 엄마의 삶을 대여한 값을 충분히 지불하고 있을까?

엄마로서 희생과 헌신을 쏟아붓느라 그녀의 삶은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여자에게 "엄마"는 종착지가 아니라

중간에 잠시 들리는 경유지다.



글을 잘 요약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문장을 고르는 것이다.

물론 인생의 상당 부분은 누군가의 뒷받침 문장으로 살아야만 하는 긴 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 시간들 마저도 뒷받침 문장처럼 보일 뿐

자신에게는 중심문장으로 살아내야 한다.



그녀는 그녀 인생의 중심문장으로 살고 있을까?

끝내 이 질문을 하지 못하고 그녀와 헤어졌다.

그녀의 젊은 날과 헤어졌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질문은

자신을 주어로 시작하는 답안지로 내야 한다는 말을

끝내 그녀에게 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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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새 사십 대 후반이 된 그녀의 아들에게도

부모님을 늙음을 먹는 것은

당연하지도 자연스럽지도 고마운 일도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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