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와 본심

-내 입 앞에 출입국 심사대를 세워줘

by 쉼앤바라기

어젯밤 아주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 한 편을 보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청춘 로맨스 장르는 손이 가지 않는다.

밤새워 공부하고 답을 써서 제출한 시험지를 다시 보기 싫은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대만의 유약영(劉若英) 감독님이 만든 "먼 훗날 우리"

2007년 춘절, 귀향하는 기차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과 ‘팡샤오샤오’.

베이징에서 함께 꿈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현실의 장벽 앞에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10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북경행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하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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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전형적이었다.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후회하고 재회하고 회상하고 결국 남이 되는 이야기.

하지만 그 전형성 속에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나에게는 그 힘이 "연민"이었다.


자기의 본의와 본심을

상대방에게 닿는 언어로 전달하지 못해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는 사람에 대한 연민 말이다.


남녀 주인공인 ‘린젠칭’과 ‘팡샤오샤오’가 그랬고

남자 주인공인 '린젠칭'과 그의 아버지가 그랬다.





본의와 본심,

그것의 표현과 해석.


상대방의 본의와 본심은

상대방의 표현법에 의해 나에게 전달된다.


그 표현법은 나의 프레임과 스토리텔링에 의해 번역된다.


그리고 또 한 번 거쳐야 하는 단계는

나의 프레임과 스토리텔링을 걷어내고

상대방의 언어로 풀어낸

상대방의 본의와 본심을 통역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이 과정을 통과할 시간과 여유와 지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오류가 생기고 오해가 쌓여 이해가 되지 않아 서로 멀어진다.


소통은 어렵고

왜곡되기 쉽다.


서로가 너무 다른 사람이라서,

그런데 서로가 너무 다른 사람인지 몰라서,

그럼에도 서로가 자신의 표현법을 고집해서,

거기다가 서로가 상대의 표현법을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우린 이렇게 고통하고 있다.


우리의 모국어는 한국어로 하나지만

부국어는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부국어가 통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내 생각을 걷어내고 순수하게 상대방을 보고 있나?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상대방의 표현법으로

나의 본의와 본심을 전달하고 있나?

좀 더 나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며

솔직하게 나의 원감정과 원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나?


다섯 살 아이의 언어처럼

단순하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대화하고 싶다.


내 입과 너의 입 앞에 출입국 심사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본의와 본심이 담기지 않은 말은 출입국을 불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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