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양면성, 지혜의 또 다른 이름
얼마 전 하완 작가님의 "대충의 자세"라는 책을 읽었다.
대충.
지금까지 나의 삶을 정의하는 단어 중의 하나는 열심 내지는 성실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이토록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무얼까?
하완 작가님이 말하는 "대충"의 정의는 대충 이러하다.
아무렇게나 엉망으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진 않지만 큰 것은 끝냈다.'
너무 무리하지도 게으르지도 않은 절묘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균형감,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태도로 살아가는 담담함,
삶이 원하는 반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크게 절망하지 않는 무심함,
한 발 떨어져서 보기에 쉽게 심각해지지 않는 경쾌함을 포함한 거대한 단어다.
이렇게 좋은 단어가 "대충"이라니!
열대야가 지속되는 여름날, 서늘해진 아침 공기를 맞이할 때의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나의 열심과 성실의 뒷면에는 바로 이 "대충"이 있었다.
태생적으로 저질 체력이면서 방전이 쉽게 되는 에너지 그릇을 가지고 있기에
오랜 시간 찾아낸 나만의 생존 전략이다.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무엇이든 힘들 때까지는 안 하려고 한다.
힘들면 저항이 생겨 다음에 하려고 하면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고 싶기 때문이다.
만 보 걷기나 러닝 같은 거창한 운동보다는
전자레인지 돌리는 1분 동안 스쿼트 하기, 신나는 노래 한 곡만 틀어놓고 몸 움직이기 등을 선호한다.
대청소는 해본 적 없고
매일 15분 정리시간을 갖고 그날 내 눈에 띄는 곳을 정돈한다.
일도 하루 종일 하지 않고
하루 3시간 타이머를 맞추어 놓고 알람이 울리면 과감하게 일을 멈춘다.
그 덕분에 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정해진 마감시간 몇 시간 전에는 해야 할 일이 대부분 마무리된다.
이렇듯 시작의 허들이 낮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일상의 주를 이룬다.
열심히 하는 일과 대충 하는 일이 철저히 분리된 삶이다.
내가 열심히 하는 일은 자녀교육과 공부, 정리정돈이다.
내가 대충 하는 일은 요리, 운동, 나에게 중요하지 않는 사람 대하기이다.
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열심과 대충의 간극은 크다.
숨을 들이마시고 뱉는 일
힘을 주어다 푸는 일
해가 뜨고 지는 일
켰다가 끄는 일
눈을 감았다 뜨는 일
돈을 벌고 쓰는 일
시작하고 끝내는 일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일들은 열심과 대충으로 이분되어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일상이 버겁다면
대충 추의 무게를 더하자.
지금의 일상이 너무 무료하다면
열심의 추의 무게를 더하자.
주의점,
너무 완벽하게 양 쪽 균형을 맞추려 하지 말고 대충 하자.
어차피 인생 총합으로 하면 열심과 대충이 얼추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