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3월 22일로 방금 넘어갔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 우리 아들의 훈련소 수료식도 오겠지? 아빠가 군생활 할 때 되뇌곤 했던 격언이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 훈련이 고되고 밤마다 선임들의 집합으로 힘겨운 날이 계속돼도 시간이 흘러가고, 결국 제대하는 날이 온다는 말이다. 누가 지었는지 명언이다. 제대의 희망을 꿈꾸는 모든 군복무자들의 암송 구절이었다. 지금도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훈련도 고될 텐데 매일 편지를 보내는 아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훈련소로 입소하는 날 아침에도 네 표정이 무거웠다. 군대 안 가겠다고 단언했던 네 생각을 외면하고 자원입대를 표시해서 우체통에 넣었던 아빠의 만행 때문에 논산 훈련소를 가는 내내 차 안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애써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는 엄마의 표정이 안쓰러웠다. 훈련소 정문을 통과하다 뒤를 얼핏 돌아다보며 힘 없이 웃던 네 모습을 아빠는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오래도록 가슴에 남겨 두었다. 죄스러워하는 아빠에 대한 너의 배려의 웃음이라 해석했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하는 후회도 했다. 논산 훈련소의 바람은 찼고 날씨도 을씨년스러웠다. 촌스럽게 머리를 밀어 버린 청년들이 500여 명은 됨직했다. 연병장 한가운데 모여서 어기적 거리며 길게 줄을 썼다. 그리고는 연방장에 빙둘러선 부모에게 인사를 하듯 연병장을 크게 한 바퀴 돌아서 정해진 건물로 사라져 갔다. 엄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빠도 먼 산을 바라보며 고인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외면했다.
퇴근해서 식사를 하면서 식탁에서 우리 아들 편지를 읽었다. 훈련으로 피곤할 텐데 매일 손 편지를 보내는 속 깊은 네 마음을 아빠는 안단다. 죄스러워할 아빠에게 훈련 잘 받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위로하는 너의 마음씀이 느껴져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매일의 훈련 일정과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줬다. 간결하면서 감수성 있는 문체여서 아빠가 그 훈련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창세기 29장~31장을 보면 야곱이 아버지와 형 에서를 속이고 장자의 축복을 넘겨받자, 이를 안 형 에서가 야곱을 죽이하는 것을 피해 하란에 있는 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간다. 라반에게 속아서 20년 정도 일하면서 그의 딸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삼고 라반의 목축 사업에 참여한다. 네가 잘 아는 대로 라반은 야곱을 속이고 온갖 방해를 일삼는다. 하지만, 야곱은 그의 일생에 넘어야 할 산인 라반과 함께 살면서 그의 마음을 사고 결국은 그의 딸들 함께 그의 재산의 대부분을 가지고 분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라반과 같은 존재를 여러 번 만나게 될거다. 우리 아들의 군생활에서도 여러 차례 라반을 만나게 될 거야. 그때마다 인내와 지혜로 날마다 하나님을 만나고 도우심을 얻어 복을 얻게 된 야곱을 생각하렴. 비둘기처럼 순전하되 뱀처럼 지혜로우라는 말씀을 늘 잊지 않도록 해라.
오늘의 훈련은 어땠니? 아마도 네 일생에 하루하루가 이토록 절절하게 몸과 마음의 마디마디를 곱씹어 본 적은 없을 거야. 사려 깊고 매사에 판단력이 빠른 우리 아들이 이 모든 일정을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네 말대로 훈련소에서 잘 해결하지 못하면 유급으로 다음 차수에 다시 들어오는 괴로움을 반복해야 하니까.
아들아! 엄마, 아빠의 자랑이며 우리 인생의 훈장인 네가 이 미션을 멋지게 수행하고 늠름하고 강인한 사나이가 돼서 우리 앞에 나타나기를 고대하겠다.
우리 아들도 잘 자고 좋은 꿈 꾸거라.
사랑한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