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주일 오후구나.
엄마 아빠는 교회 갔다 와서 너무 피곤해 한숨 자고 일어나 밥 먹고 차 마시며 네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우리 아들도 교회 갔다 왔지?
오늘 말씀은 "너희는 인생을 의지하지 말라 그의 호흡은 코에 있나니 수에 칠 가치가 어디 있느냐. (이사야 2:22)"이다.
결혼 초에 엄마와 물질에 대한 관점차이로 서로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 세상을 사는데 물질보다는 마음의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는 아빠와 안정된 삶을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엄마의 주장은 늘 평행선을 달렸고 냉랭한 분위기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대화가 끝나곤 했다. 이 논쟁은 엄마와 아빠가 살아온 가정환경 차이에서 비롯된다.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며 유년기와 청년기를 지나왔던 아빠는 대학을 졸업하고 책 읽고 보람을 찾는 돈과는 거리가 먼 직업을 선택했다. 그에 비해 엄마의 성장기는 꿈 많은 소녀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해서 할 수 있었고 서양화를 진로로 택하고 그림 그리는 일에 열정을 다했다.
부유하게 자란 교양 있는 엄마와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에너지 넘치는 아빠가 어찌어찌 인연이 돼서 결혼했다. 참 이상하지, 어렵고 힘들게 살았으면 돈 좀 버는 일에 관심을 기울였을 법한데 아빠는 청년 시절부터 물질에 대한 욕망은 천박해 보였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경제적 여력이 없었던 집에서 자라난 청년에게 전쟁터 같은 물질적인 세상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어 눈을 돌린 것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스스로 고상한척하며 교사의 직업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었다. 엄마는 솔직 담백한 사람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아빠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곤 했다. 아빠보다 엄마는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했고 객관적이었다. 아빠는 엄마가 물질적인 문제에 결부된 얘기를 할 때면 거부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나마 성실하고 열정이 있던 아빠가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몇 가지 겸업을 하며 부지런하게 살았고, 엄마가 미술학원을 하면서 형편이 나아졌고 자연스럽게 경제적 관점 차이로 논쟁을 하는 일은 없어졌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 우리 아들이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입대했구나. 다행히도 너는 엄마의 미적 감락과 현실을 보는 눈, 아빠의 인내와 체력, 담력을 적절하게 닮고 성장해 줬다. 아빠보다 월등히 향상된 모델로 재정비돼서 세상에 나섰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
아들아, 물질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도하든 무의식적이든 대상을 가치로 환산해서 행동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대상에 가격표를 붙이고 인간의 허영과 이익을 만족시킬 만한 '비싼 것'을 잡기 위해 영혼을 바친다. 그런데 성경은 인생을 의지하지 말라고 하고 그의 호흡은 코에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코의 호흡이 그치면 생명을 다하는 허무하고 가벼운 존재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부자도, 지식과 지혜가 넘치는 사람도 건강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도 호흡이 멈추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서 그가 소유하고 열망했던 모든 것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코의 호흡의 주인은 바로 하나님이다. 인생을 의지하지 말라함은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돈과 물질, 권력과 세상의 쾌락, 과학과 기술 그것들로 비롯된 세상이 주는 영향력을 의지하지 말하는 말이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사 40:8)는 말씀을 기억하렴. 하나님만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길이 미련하고 더디 가는 길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이 길이 가장 기쁘고 행복한 길이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 아들이 살아내야 할 인생에는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날마다 찾아온단다. 보통 우리는 이런 일을 당하면 내 힘으로 해보려 하다가 이일을 도울 사람들을 찾아다니게 된단다. 밤새 잠 못 이루고 몸부림치게 된단다. 하나님 생각은 까맣게 잊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의 본질을 꿰뚫어 보시는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무릎 끓고 기도하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자신을 낮추고 나가야 한다. 다윗과 모세가 위대한 것은 그들이 죄를 짓지 않아서도 아니고 놀라운 업적을 남겨서도 아니다. 모든 일을 하나님께 여쭙고 주님의 뜻이면 나아가고 뜻이 아니면 멈춰 섰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사야서의 물음을 네게 묻고 또 아빠 스스로에게도 물으려 한다.
"하루하루 숨 쉬고 살아가는 가운데서 네가 진정으로 의지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리고 진정으로 네가 의지하는 것이 셈할 가치가 있느냐?"
많이 따뜻했지만 여전히 겨울의 흔적이 그늘진 곳마다 냉기를 품고 있어 몸을 움츠려 들게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어디에 있든지 평안하고 기쁨 넘치는 삶을 살기를 아빠 엄마가 기도한다.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