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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Jun 28. 2024

20 가자 홍콩(香港, HongKong)으로!(1/2)

  다음 날 아침, 청도 여행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약 2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시간이 소요되었다. 비행기는 청도 해안선을 벗어나서 점차 남쪽으로 향했다. 아래로는 짙푸른 동중국해가 끝없이 펼쳐졌다. 어느새 홍콩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작은 섬들이 보이고 바다를 행해 길게 뻗어 나온 길지 않은 활주로 위를 비행기가 큰 동요 없이 가볍게 착륙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공항답게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소음으로 공항은 분주했다. 웅장한 터미널 건물 안은 고급 면세점과 다양한 판매점, 음식점이 청사 안을 촘촘히 메웠고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항 밖을 나서자, 한증막 같은 열기와 높은 습도가 훅하고 엄습해 왔다. 홍콩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공항철도와 2층 공항버스 안내 노선이 잘 정비돼서 망설임 없이 호텔이 있는 버스 노선으로 발길을 향했다. 공항은 푸른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고, 반대편에는 울창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 공항의 규모도 크고 오가는 사람들의 숫자도 엄청나네,  역시 유명 관광지 홍콩의 모습을 느낄 수 있네요."     


  아내가 세련되면서 잘 정돈된 공항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공항 밖으로 나서자  습하지만  부드럽고 강한 바람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기온은 섭씨 35도 습도 95퍼센트로 T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름의 강렬한 더위를 실감했다. 버스터미널로 가는 내리막 길을 지나자 양쪽으로 큰 야자수 나무가 서있고 노선별로 2층 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 한증막 같은 더위에 공기도 축축하네. 거대한 식물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상쾌한 기분이야"     


  아내가 말했다. 우리는 홍콩의 아열대 기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우리가 살던 메마르고 먼지 많던 T시 와는 완전히 달라요. 세련되고 깨끗해요. 탁 트인 바다와  멋진 공항에서 시작하는 홍콩 여행이 정말 기대돼, 아빠!"     


    아들이 신이 났다. 우리는 이제 기대하던 홍콩 여행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홍콩에 도착한 우리는 시내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먼저 리펄스 베이로 향했다. 이곳은 홍콩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골목마다 높게 솟은 아파트 건물들이 즐비했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모습의 건물이 있었다.


  리펄스베이 맨션은 홍콩에서도 부촌이다.  근처 산자락에 지은 이 맨션은 건물 중심부네모나게 뚫려 있는데, 이는 용이 지나다니는 통로라고 했다. 중국인의 풍수에서 용은 산에 살다 가끔 물로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데, 용의 움직임을 막지 않으려고 건물에 큰 구멍을 내어 행운이 깃들기를 바랐던 것이다. 리펄스 베이 맨션에는 지금은 옛사람이 됐지만, 유명한 홍콩 영화배우이자 가수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히 활동했던 장국영이 살아서  더 유명해졌다. 그는 한국에도 영화 아비정전(阿飞正传)으로 잘 알려졌다.     

  백사장을 따라 산책하면서, 시원스럽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멋진 해안선을 바라봤다. 파도가 부드럽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푸른 바다를 보면서 여행의 피로 모두 잊었다. 해변에 도착한 우리는 맨발로 거닐면서,  잔잔한 파도가 이는 모래사장 위를 뛰어 다디거나,  여유롭게 헤엄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해변 곳곳에서 사람들이 비치파라솔 아래 혹은 모래 위에 누워 태닝을 즐기고 있었다.

    따가운 여름 햇살 아래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순간 이곳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T시에서는 봄과 여름 내내 황사에 시달려 눈도 못 뜨고 숨도 쉬기 어렵게 지냈고, 최근까지 패딩을 입고 다녔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이곳 홍콩에 도착하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바람에 하늘 거리는 시폰 드레스를 입고 바닷가를 거니는 여인들, 수영복을 입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연인들, 모래 놀이에 골몰해 있는 아이들의 부서지는 웃음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T 시의 메마른 공기와 황사먼지, 탁한 하늘과는 달리, 리펄스베이는 습하고 더웠지만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바람이 많이 불었고 공기는 신선했다. 사방 어디를 돌아봐도 푸른 바다와 도시의 70퍼센트에 가까운 녹지와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이 홍콩 여행의 여유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리펄스베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빅토리아 피크로 향했다. 이곳은 홍콩에 오는 사람들 누구나 다녀가는 여행지 이기도 하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정상까지 가는 트램에 몸을 실은 우리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트램은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심의 풍경이 점점 작아지더니, 푸르른 숲과 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올라갈수록 오히려 눈 아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의 높이 솟은 빌딩들이 작아졌는데,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고 사방은 울창한 숲이었다.


   "와, 이렇게 가파르게 올라가는 기차는 처음이에요. 멀리 보이는 풍경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아들이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화려함이 집약된 현대 건축물들의 스카이라인과 울창한 숲의 멋진 조화에서 오는 이국적인 경관에 모두가 푹 빠졌다.


    피크 주변 숲 속에 가늘게 이어진 가파를 도로 주변에는 규모가 큰 고급 주택들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었다. 홍콩 최고급 주택지이다. 주택의 형태와 재료와 디자인도 다양했고 잔디밭 안에 수영장도 보였다. 홍콩은 산속에 지어진 주택들이 대부분 고급 주택인데 규모가 보통 100평에서 300평 내외의 대저택이고 평균 매매 가격이 약 3억에서 5억 홍콩 달러(530억 원에서 850억 원) 정도가 된다고 하니 그 안에는 누가 살지 궁금했다. 이따금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우리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매력적이었다. 멀리로 바다와 섬들이 보이고, 눈 아래는 다양한 형태의 반짝이는 고층 빌딩들한 곳에 모아 놓은 듯  우뚝우뚝 솟아있고, 그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조감도로 보는 것 같았다. HSBC 본사 건물이 먼저 눈에 띄었다. 우아한 직선과 선명한 디자인과 반짝이는 유리 외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옆으로는 세련된 모습의 홍콩 증권거래소 건물과 글로벌 금융 기업들의 빌딩들이 쟁쟁하게 솟아 있었다.     

 "와, 이렇게 많은 초고층 빌딩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니 정말 멋지네요. 밤에는 얼마나 아름답게 빛날까요?"     

   아들은 이 도시의 집약된 화려함과 울창한 숲 그리고 낡고 오래된 건물들의 외벽을 꼼꼼하고 실용적으로 보수하는 홍콩 건축물의 이 묘한 조합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사람이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초보 부모여서 시행착오가 많았고 잘못한 일이 더 많았지만, 유일하게 잘한 것이 있다면, 아이에게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꿈꾸고 기대한 일을 마음으로 정하고 말로 선포하고 준비하면 언젠가는 그곳에 내가 서 있게 된다는 신념이 희미하게 있을 때였다.

   홍콩의 첫 여행이 우리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아들은 언젠가는 이렇게 멋진 곳에서 살고 싶고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 우리 가족은 홍콩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아들은 결혼해서 자신의 인생에 가장 강렬한 경험을 했던 피크에서 바라본 센추럴 중심지로 며느리와 함께  출근하고 있다. 지금도 아들에게 홍콩이 여전히 매력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봤던 글로벌 은행과 기업에서 뱅커와 애널리스트로 3년이 넘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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