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by 인유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고

정오의 햇빛 아래 앉아 있고

저녁 다섯 시에 문을 나서고

밤 열 시쯤, 불을 끄기 전

손등을 한 번 쓸어내리는 일.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너를 지운다는 건

그렇게 쉽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

너의 시계에 맞춰 살던 날들을

다시 돌려놓는 일.


새벽 다섯 시.

두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아니었던 채

너의 글을 읽으며

조용히 숨을 고르던 나.


정오엔,

함께 먹지도 못하는 점심 메뉴를

서로에게 건네며 웃던 일.


저녁 다섯 시면

내 하루보다

너의 하루가 먼저 떠오르던 마음.


그 시간들이

어쩌면 가장 따뜻한 나였고,

오늘의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아주 느린 발걸음이었다.


이제 나는

나의 속도로 걷는다.

사랑이 끝난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름만 바뀌는 것.

그리움이라 부르거나

익숙함이라 부르거나

혹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두는 것.


그게 사랑이 떠나는 방식.

그게 우리가 멀어지는 방식.

그리고

조금씩 살아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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