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해 있던 것은
끝내 접히지 않았고
그 위로 하루가 지나갔다.
낮은 쪽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것들이 있었고
나는
젖지 않으려
조금 더 몸을 낮췄다.
어깨에 걸린 외투는
계절을 잘못 만난 채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너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그 자리에 모여
잠시 머물렀고
고여 있던 것들이 발목을 붙잡았다.
유리잔 하나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것처럼.
비워진 뒤에도
손자국은 남아
한참을 지워지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방에는 의자와 나만 남았다.
네가 떠난 뒤
공기는
생각보다 늦게 식었고
나는
서랍을 하나 열어
가장 안쪽에
조심히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