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갈 길 잃은 나비가 되었어요.
눈은 나리고, 날은 추워지죠.
집은 없어요.
날개는 매일 젖고 있고요.
더 움직이면 찢어질 걸 알기에
나는 조용히 숨죽여 있었어요.
한 번의 날개짓은 가벼운 후회로 남겠지만
한 번의 날개짓은 오래가는 흔적으로 남아요.
나는 파닥였죠.
애처로이.
그 날개짓은 끝났다고 아픈 게 아니라,
자리를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맴도는 것이었어요.
하얀 눈들이 찡그리고 있어요.
눈은 멈추지 않았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던 듯 흘러갔어요.
나는 그 위에 내려앉으려다 멈췄죠.
그저 바라보았어요.
내가 놓쳤던 온기들,
내가 놓아야 했던 마음들,
날지 못해 쌓여버린 나의 계절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