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장 위에는 선물이 가득하다
내용물은 사라진 상자들이거나
이미 다 써버려 알맹이조차 남지 않은 작은 것들
쓸모는 먼저 없어졌는데 버릴 수 없는 것들
그것들은 오래 내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선물을 하는 사람은 마음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
무엇 하나를 내게 건네기까지
너는 몇 번이나 망설였을까
몇 번쯤 웃는 얼굴을 하고
몇 번쯤 혼자 아픈 말을 삼키며 끝내 이 마음을 지켜냈을까
내 손에 들어온 것은
작고 조용한 물건 하나였지만
그 안에는 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들어 있다
값으로 매길 수 있다면
너무 귀해
끝내 값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너는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내게 건네며 잘 쓰라고 말했겠지
그러나 나는 안다
사람의 진심 앞에서는 오래 머물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직도 버리지 못한 채 차곡차곡 쌓아둔다
내게 주름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네가 준 것들은 조금씩 바래가겠지만
그 순간의 마음만은 오래 남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물건보다 먼저
너의 마음을 늙게 하지 않으려고
평생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