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뽀뽀를 다시 하려 한다
김수영의 시/ 그 방을 생각하며 필사를 하는데 갑자기 뽀뽀가 생각난다.
남편이 출근할 때면 아무리 바빠도 잠깐만 하고 불러 세워 입뽀뽀를 하곤 했다.
그래야만 하루가 즐겁고 활기찰 것 같아 나를 위해서보단 남편을 위해서였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는 김수영 시인의 시구에 습관은 바뀌지 않고 나는
사랑을 버렸다로 밑줄을 긋고 그 밑에 이 말을 주역처럼 달았다.
왜 뽀뽀를 하지 않기로 했을까.
가만 생각해 보니 변하지 않는 남편의 술버릇 때문인 것 같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 밑에 태어나 술 좋아하는 오빠를 잃었고 술이 술로 끝나지 않는 전쟁 같은 아버지 어머니 삶을 그대로 보고 자란 탓인지 남편만은 술과 먼 새벽바람 같이 책장 넘어가는 소리 들으며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내 팔자도 어머니를 닮아야 했는지 일주일은 술과의 냉담이 와야 지나가는 삶을 서른두 해째 살고 있으니 술은 진절머리 나는 단어로 머릿속에 오래 잡혀있는 구속이다.
한 주도 술 냄새를 맡지 않은 적 없었다.
향수 냄새보다 술 냄새와 관계 깊은 여자.
술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물론 마시는 사람은 즐겁지만 상대방은 늘 불안하다.
멀리에서 먹으면 집에 올 때까지 걱정이다.
대리 운전부터 잠들어 목적지를 놓치지는 않나, 집에 오면 그대로 이불행이면 좋으련만 그날 받은 스트레스를 몽땅 당신 선물이오, 내려놓으니 거기에다 이성을 잃지 않은 사람이 올바른 문장을 날리면 그날은 밤이 정말 깊어진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메말랐다.
김수영은 시에서 자신의 메마른 가슴을 부여안고 그래도 그 방을 생각하면 기쁘고 풍성하다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때 뽀뽀를 생각하면 메마른 가슴이 촉촉해지고 이유 없이 입꼬리가 올라간다.
새소리가 빗속을 뚫고 들어온다.
이유 없이 내일부터 뽀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뽀뽀는 영원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