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손바닥 텃밭
날씨가 제법 여름답다.
습도가 높아 출근길은 벌써 땀범벅.
그래도 여름은 다양한 과일이 많아서 좋은 계절이다.
텃밭에 심은 방울토마토, 수박, 어제는 참외까지 맛있게 먹었다.
내 손으로 키워 먹는 맛, 요런 재미가 땡볕에도 풀 뽑기를 멈추지 않게 한다.
농부의 마음이란 힘은 들지만 텃밭에서 자란 싱싱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는 점과
이웃과 나눌 수 있다는 덤까지 그래서 매일 텃밭으로 출근하는 것이다.
산비탈의 은행나무는 이른 아침부터 제법 그늘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 아래 경사진 돌밭에는 콩대가 제법 실하다.
콩꼬투리 옆에는 오늘도 할머니가 앉아서 풀을 뽑고 계신다.
혼자 걷지 못해 유모차를 도로변에 세워두고 그대로 땅바닥에 퍼지고 앉아
돌밭을 일구고 있다.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할 때마다 할머니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다.
밭이라는 이름보다는 손바닥이 더 어울리는,
산자락 끝부분을 손수 만들어 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헐머니의 놀이터에는
그늘과 콩대와 할머니가 한 몸처럼 매일 그 자리에 있다.
돌틈 사이로 잡초 하나 없다.
말간 밭고랑을 볼 때면 찬물로 얼굴을 씻은 것처럼 개운하다.
사는 게 돈 많아서 가진 게 많아서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손바닥이라도 즐겁게 일하며 쉼터가 된다면 어떤 부자가 부러우랴.
할머니에게 저 돌밭이 없었다면 얼마나 하루가 무료할 것인가.
날마다 자식 입에 밥 먹이고 평생 일로 굳어진 손과 발은 절대 잊지 않는 법이다.
살아온 내력과 기술을 그러므로 다 떠난 빈 둥지에 앉았어도
자식들 오면 싸줄 거리를 만들고 계신 것이다.
앉아서 풀과 노시는 건지 합족한 입매무새가 오늘따라 둥글다.
은행나무 한 그루와 할머니는 어쩌면 같은 처지인지도 모르겠다.
떠남을 잊은 못난 붙박이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그러나 행복한 삶인지
당신도 나도 너도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