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by 들국화

출근하고 한 시간, 모든 업무 접어두고 나는 나의 라임오렌지 곁으로 간다.

산책시간이 언제나 변함없어 그 사람이 지나가면 시간을 알 수 있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나의 산책시간도 틀림없는 그 시간 그 장소다.


운동장에는 본래 일곱 그루의 침엽수림이 있었다.

여름날 풀밭이 되는 운동장을 그냥 둘 수 없어 농약 대신 소금을 많이 부은 적 있었는데

그때 소금에 절여 세 그루는 목숨을 잃었다.

다 내어주고 마지막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를 볼 때마다 미안하다.

막걸리라도 적셔 주고픈 마음 간절하나 매일 그들에게 안녕을 묻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루터기에는 싹이 나지 않는다.

살아온 내력만 남긴 나무는 자신만의 나이테를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남은 네 그루 밑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와 나의 속내를 자주 내보이곤 한다.

나무들보다 내 속상함이나 복잡한 감정을 더 드러내지만 나무는 말이 없다.

넉넉한 바람이나 그늘을 줄 뿐, 단 한 마디 위로도 없지만

나는 스르르 말랑해지는 감정과 발걸음을 느낀다.

벌써 칠월이다.

오늘도 나는 그 품에서 자유를 꿈꾼다.

사색하는 시인과 나무는 언제나 친구가 된다.

매일의 안부와 사랑을 나누는 영혼의 친구,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다.


지금 이 글을 발행하고 나면 나는 그에게로 달려간다.

운동화 끈 질끈 동여매고 나만의 나무에게로 간다.

그 옛날, 애인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 아마 이랬을 것이다.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린 그 설렘, 나는 나만의 나무에게서 다시 느낀다.

내일부터 많은 비가 온다 하니 나무에게 전해줘야겠다.

잘 견뎌보자고, 우리 힘내자고 굵은 허리 한 번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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