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익어갈 무렵

청포도 익어갈 무렵

by 들국화


걸어서 출근하고 있어, 등에서 땀이 주르르 흐르네,

원피스 땜에 속으로는 웃고 간다.

언니의 주말 아침 문자다.


토요일 언니와 백화점에 갔었다.

여름 원피스를 사고 맛있는 자장면을 먹었다.

두 살 위 언니는 어느 대형 상점 안 빵집에서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마트 갈 때마다 오소소 닭살 돋을 만큼 온도가 낮으면

이런 곳에서 일하는 언니가 생각난다.

얼마나 추울까, 올해 환갑인데 그래도 즐겁게 일하는 모습 볼 때마다

사는 것은 끝없는 투쟁의 연속인가, 싶다.

조카들은 잘 자라 결혼도 하고 형부 또한 퇴직 후 사과밭을 일구며

자연과 벗하며 지내고 있다.

놀면 잡생각 많다며 일손을 놓지 않는 언니다.

이웃집 아이도 봐주었고 사과밭에 나가 사과 따는 일도 하고

지금껏 쉬지 않고 노동의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

좀 쉬었으면, 자신의 시간도 가졌으면, 싶다.


알알이 청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칠월은 장맛비 탓에 더웠다 비 왔다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다.

오늘이 초복이니 여름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시원한 원피스 입고 부부 동반 여행 갈 생각하며

언니는 오늘도 빵 가게에서 특유의 웃음으로 상냥하게 손님을 대하며

하루를 알차게 살고 있을 것이다.

속으론 원피스를 입은 자신을 그려보며 즐겁게 그날을 기다릴 것이다.


복잡한 세상, 복잡하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겠지만 언니처럼 단순하고 소박하게

행복 누리며 사는 일도 멋진 것 같다.

명료하고 담백하게 살자!

초복에 인생 지표 하나 붓으로 그려 마음에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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