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이사

청춘의 이사

by 들국화

20대를 청춘이라 할까?

30대를 청춘이라 할까?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한창 젊고 건강한 나이, 그런 시절을 봄철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풀이하자면 봄같이 푸른 날일 것이다.


아들이 이사하는 날, 절기상 소서다.

더위가 시작되는 날, 또 다른 곳으로 떠나 정을 붙여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대학졸업 후 시험공부를 했었다.

6, 7년이 바람 같이 가버렸다.

올해도 낙방하여 이제 모든 것을 접기로 했다.

서른둘, 적잖은 나이에 새로운 직장을 얻어야 하고 요건을 쌓아야 하니 얼마나 저도 당황스럽겠는가.

뒷받침한 우리도 우리지만 제 속이 말이 아닐 것 같아 용기 내라 말했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시험은 그렇다 치고 몸이라도 건강해야 청춘이라는데 앉아서 공부만 했으니 여기저기 안 좋은 곳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상황.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이 있지만 어떻게 기회로 만들까.

형제자매도 없으니 혼자 결정해야 하니 막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망망대해일 것은 불 보듯 뻔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인생은 홀로 가는 것이니 늦었다 생각 말고 다시 흰 도화지 한 장 가졌다 생각해라 했다.

아직 점 하나 찍지 않은 여백에 점 하나 둘 모여 선을 그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책 꽤 읽은 엄마로서 좋은 말로 골라 듬뿍 주었지만, 걱정은 남는다.


사실 팔 남매 막내인 나도 의논할 상대는 없었다.

연세 많은 부모님과 언니 오빠는 늘 나와 먼 거리에 살았었다.

책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책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며 지금껏 살고 있으니 저나 나나 매한가지이지만

나는 엄마 저는 자식이라는 책임감이 다를 뿐이다.

오늘은 소서, 더위가 시작되는 날.

장맛비마저 온다.

아침에 부랴부랴 남편은 아들 이사를 돕느라 아들 곁으로 갔다.

아들과 아빠가 함께 무거운 짐 꾸리지만 이 세상에 아빠가 있어 아들이 있어 더하고 빼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가벼워질 것 같다.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일은 분명 있다.

돌아서 다른 곳으로 눈 돌려보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아서 아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럴 것이다, 믿고 싶다.

청춘,

한창 젊지만 건강하지 않은 나이지만 봄철은 아니지만, 마음이 청춘이면 진정 청춘이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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