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행
목 상태가 좋지 않아 이비인후과를 두 어번 갔지만
가는데 마다 진단이 달랐다.
역류성식도염, 편도염.
약봉지를 머리맡에 두고 오늘내일 컨디션에 따라 약 조절을 해보아도
목구멍에 고춧가루 뿌려놓은 듯 홧홧거림은 가라앉질 않는다.
약국에 가서 목감기 몸살감기 약을 또 며칠 먹어더랬다.
간사한 게 사람인지라 조금 개운하다 싶으면 블랙커피 한 잔, 비빔냉면에 생크림이 듬뿍 들어간
빵, 입맛대로 골라 먹는다.
그러다 좀 아프면 다시 약을 먹고, 참, 내가 이 글을 쓰면서도 한심한 환자다.
결국 어젯밤 급히 응급실을 갔다.
퇴근 후 샤워 중에 든 오한이 삼복더위를 무색하게 했다.
열이 나고 겨울 내의를 입어도 돌침대 온도를 37도 데워도 몸은 차가워지니
안 되겠다 싶어 저녁밥 먹고 잠깐 졸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천천히 가면 좋으련만, 운전은 또 미친 듯하면서도 다정함은 어디 팔아먹었는지
옆집 아주머니를 모시고 가는지 퉁명한 옆모습이 자꾸 보인다.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니 개념치 말자, 속으로 되뇌지만 서운한 마음은 떨칠 수 없다.
괜찮나, 다정한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평소의 부드러움은 병원 단어만 나오면
딴 사람 얼굴을 하니 아파도 병원 가자는 말 하기가 어렵다.
본인이 병원 가는 걸 싫어하니 이해는 하지만 공황을 겪은 후로 고속도로 운전이 두려워졌다.
마음은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몸은 반응을 일으키니 참 답답한 노릇.
병원 응급벨을 누르니 젊은 청년이 나온다.
여차저차 사유를 말하니 알았단다.
접수대 앞에서 오도카니 떨면서 기다려도 접수원은 나오지 않는다.
다시 물으니 또 기다리란다.
그 와중에 119가 도착하고 나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간이침대에 오도카니 누워 사시나무가 되고 있어도 절차를 밝고 소통이 끝날 때까지
이불 한 장 나오지 않는다.
할머니도 떨고 나도 떨고, 한참 지난 후 간호사가 침대를 가리키며 누워라 한다.
아, 이젠 살겠구나.
안도함으로 또 한참을 기다리니 당직 의사가 몇 마디 물어온다. 별 달리 아픈 곳은 없다 한다.
환장할 노릇이다, 나는 아픈데 열도 없고......, 가슴 사진과 피검사를 겨우 하고 링거와 함께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밤 꿈에 키 큰 아저씨가 심하게 공황을 앓고 있는 나에게 약봉지를 쥐어주었다.
액땜을 하는 건지, 잠깐 졸고 나니 결과를 말한다.
피도 가슴도 너무 깨끗하단다. 식도염이 원인인 것 같으니 약 복용을 계속하라 한다.
12시가 지난 새벽, 말없이 차는 달리고 어둠은 적막은 깊어간다.
십만 원을 순삭 한 대가로 몇 시간 잠을 잔 것 같은 아침, 폭우가 쏟아진 어제와 달리
오늘 아침 하늘은 구름이 두둥실.
아프고 서럽고 미워하며 앓으며 그리 사는 게 인생이지 않겠나.
행복한 날과 고통이 합쳐야 단단한 삶이지 않겠나.
예초기에 꺾이는 풀들처럼 나도 한차례 꺾였다 생각한다.
고통스럽게 잘린 풀들의 향기는 더 진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