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소나기처럼 내리 꽂힌다.
방금 누가 지나갔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 환하다.
소나기는 그런 것이다.
황순원 소설의 제목처럼 소나기는 사랑을 부르고 당신을 부르고
곁을 내주는 그런 찰나.
드럼 선생은 나를 보고 성미가 급하다 한다.
사열음이 자주 끊어지는 이유가 왼손이 힘이 없어 그런 것 같다 한다.
하지만 연결하려 하는 마음보다 왼손의 어색함을 먼저 아는 학생은 잘 되지 않을 때
생각과 달리 미끄러지는 행동 때문에 살짝 스트레스를 받지만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지,
셀프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갈 용기는 항상 가게에서 구입한다.
생각하지도 않은 성미 급한 소나기가 아침에도 지나갔다.
호박꽃도 놀랐을 것이고 봉숭아 꽃물도 살짝 옅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소나기 밥 먹듯이 소나기 사랑을 하듯이 소나기 말들을 쏟아놓듯이 소나기라서
덜 미안하고 덜 부끄러울 때가 있다.
소나기 내리는 운동장에서 하늘을 보면 누군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온몸으로 맞으면 잊힐까 하지만 금세 젖어버리는 마음 때문에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저녁도 있다.
소나기 한소끔 내린 뒤 더 맑아진 새들의 지저귐 너머로 매미 폭격이다.
소나기 같이 폭포 득음을 한 듯 왕창 울어댄다.
소나기, 소나기, 한 소년의 어깨가 젖었음을 늙었음을 어젯밤 그 음악회에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