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끓이기

호박죽 끓이기

by 들국화

누런 호박 덩이를 오늘도 보고 어제도 만져만 보고 호박죽은 먹고 싶고 호박전을 참 좋아하지만

하기는 싫고 이 문장에는 약간의 거짓말이 담겨있다는 걸 고백하겠다.

하기는 싫고, 아니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다.

수정하자면 만들 줄 모른다는 것, 엄두가 나질 않아 농사 잘 지은 남편에게

왜 호박을 이렇게 많이 영글게 했냐, 투정하면서 건강원에 문의도 했었다.

양이 너무 적어 즙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씀, 아.

서너 날 호박과 대치를 하다가 나이 많은 언니들의 비결을 받아 도전을 외친 날.

노랗게 보글보글 호박이 익어가면 단호박 삶은 것 넣고 마트에서 산 찹쌀가루 솔솔, 주걱으로 잘 젓다가

신화당 한 꼬집 넣으면 드디어 완성!!!

따뜻한 벅참이 식탁에 오르고 갓 담은 부추김치를 곁들인다.

한 숟갈 후루룩, 으악!!

이건 분명 신의 장난일 거야, 호박에서 단호박에서 쓴맛을 느끼다니 그것도 신화당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다니, 참 할 말이 없었다.

맛이 괜찮다는 남편은 한 그릇 뚝딱했지만 알 수 없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몸에 해로운 신화당을 한 그릇이나 먹였다는 큰 죄책감 그날 밤, 잠들 수가 없었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신화당 요것의 짓이 분명한데, 그래서 나는 검은 설탕이나 꿀 첨가를 말했지만 비방 달인들은 신화당을 적극적으로 추천했었다. 신화당 용량에서 실패한 것 같아서 노란 얼굴을 뒤집어쓴 채 이틀 고민하다가 남은 호박죽은 진짜 아깝지만, 남편의 만류에도 흐르는 물에 미련 없이 보내기로 했다.

이제 남은 호박은 세 덩이.

신혼의 잡채처럼 이 메뉴도 나의 머리에서 삭제해야 하나, 고민에 들었다.

주변의 용기를 얻어 다시 재도전, 이번에는 신화당을 버리고 방편으로 꿀을 조금 첨가했다.

가게에서 파는 그 달콤함은 없지만 그래도 먹을 만했다.

소금 간을 조금 더했더니 호박죽은 호박의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옆집에도 한 그릇, 이웃에게 또 한 그릇 돌리고 남은 죽은 둘이서 여름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덥힐 영양 만점 한 끼로 올렸다.

익지 않아 옆집 칼을 빌려오라던 나의 첫 작품 잡채만 영원히 음식 목록에서 지울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아직도 호박 두 덩이는 신발장 위에서 잠자고 있다.

마음 내키는 날이면 언제든지 맛있는 호박죽은 이제 식은 죽 먹기.

오늘은 시골 오일장이다.

남편이 떨이 단호박을 샀다고 목소리 크게 전화가 왔다.

이 전갈은 또 맛있는 호박죽 끓여달라는 신호.

우리 집 내일 저녁 메뉴는 아마도 따뜻한 호박죽 한 그릇과 간이 딱 맞는 호박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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