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기록이나 문헌 따위의 내용이나 문구를 지우거나 없앰.
이틀 동안 두 사람을 삭제했다.
기록을 지우고 내용을 지웠다.
며칠 전까지도 지우지 못했던 인연을 저장해 두고 가끔 다른 번호를 찾다가
그 이름을 접할 때 떨려오던 전율 같은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곤 했지만
이틀 전 겪은 이별을 두고 삭제를 실행하기로 했다.
전화번호를 둔다고 해서 무거운 일도 아니겠지만 이승과 저승의 끈을 굳이 연결해 둘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렇다고 마음마저 추억마저 지워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정리를 하고 깨끗한 방으로 비워 두기로 했다.
새 사람 들어오면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서 청소하는 마음으로 그리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잊힐 사람도 사랑도 아니지만 혼잣말은 줄어들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떠나가게 되었건 우리 모두는 여러 형태로 이별을 맞고 또 이별할 것이다.
삭제는 기록을 지우는 방법이지만 아픔을 치유하는 방편이 될지도 모른다.
두 사람을 지우고 가만 생각해 보니 저 하늘에 적을 두고 사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그들만의 세상은 어떠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혼자가 아니라서 그들도 참 행복할 것 같다.
언젠가 나도 그들의 행복 속으로 빠져들 테니, 이승에서의 삶을 충실히 뜨겁게 더 살다 가야겠지.
가족사진
열 명, 빼곡했던 적 있었다
자리 부족해 포개어 앉을 때 있었다
아버지 가신 곳
언니 오빠 따라 갔으니
벌써 세 자리가 비었구나!
넓어서 좋다
자리다툼 하지 않아도 되고
부끄러운 무릎 위에 숨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여백 도드라지니
상처가 가려져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