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수필가

여류 수필가

by 들국화

등단하여 낸 시집이 세 권이 되었다.

처음은 출판기념도 했다.

두 번째 시집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으로 구성하였고 첫째 셋째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 글들이다.

어찌하여 첫째 둘째는 내 책꽂이에 한 권 정도 있고 모두 재인쇄를 하지 않았다.

하자는 출판사도 있었지만 글의 간을 보면 늘 싱거운 편이어서 자신이 없었다.

늘 부끄러웠다. 그래서 어디 가서 시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시인이라 불러주면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이런 글을 아직도 쓰고 있는 것은 습관일까, 스스로 위로일까,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언젠가 단체 모임을 갔을 때 다짐한 일이 있었다.

육십 쯤 넘어가면 글 모임이며 다른 단체 모임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리라 마음먹었다.

내년이면 그 해가 다가온다.

올해부터 거의 정리를 하고 소통창구로 둘 정도 남겨두었다.

어느 지인이 한 말씀을 생각해 냈다.

여류 수필가! 멋있잖아요.

나중 꼭 시인 말고 수필가가 되라는 그분은 그 말씀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멀리 떠나셨다.

마음은 있으나 아직 세상 보는 눈이 깊지 않아서 숙제로 남았던 수필가.

여기 브런치에서 조금씩 밀린 숙제를 하는 셈이다.

두서도 없고 신변잡기도 아닌 이곳에서 나는 매일 꿈꾼다.


출근하면서 느낀 감정들이나 독서하는 도중 밀려오는 파도를 여기 부려놓자 마음먹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들, 한 꼭지가 가슴에 남아 하루 종일 기분을 좌우하는 그런 쉼을 위해

오늘도 이렇게 누구에게 편지를 쓰듯 내려놓는다.


밤사이 내린 가을비가 가랑잎을 적시고 힘차게 어디론가 달아난다.

흙탕물로 시작했지만 어딘가로 흘러들어 말간 얼굴로 비칠 그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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