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밥상
강된장에 호박잎 싸 먹던 여름도 어느덧 구월에 저만치 물러나고 있는 아침.
철들어 점점 고개 숙이는 벼들에게 반가운 아니면 난처한 밥 손님이 한 꾸러미 떼로 몰려왔다.
별다른 반찬도 없이 덜 여문 알곡만 내놓아도 재잘재잘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낸다.
농부는 훠이훠이 쫓고 싶다.
조금만 먹고 가, 훠이훠이
발 굴러 보기도 하고 손뼉을 쳐보지만 당당히 제 밥그릇 차고앉은 새들.
그래, 너희들 먹고 남은 거 팔아서 돈 하지 뭐, 너그러이 대접한다.
바람이 어제와 달리 차다.
집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뜨겁지만 그래도 문 밖은 다르다.
하루 햇살이 다르고 하루 잎들이 야위어가는 모습을 보면 분명 가을이다.
넓은 들판은 조금씩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아침 해가 산을 넘어오며 선명한 줄 긋기를 하는 것만
보아도 정녕 지금은 가을.
입맛이 없다.
반찬도 그렇고 체력도 떨어지니 잠만 오는 저녁.
남은 옥수수 하나 계란 한 알 연한 배로 저녁밥을 때우고 그냥 거실에 누워
가만히 밀려오는 어둠에 몸을 맡긴다.
창문 너머 가끔 불어오는 찬바람, 이런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단조로운 밥상만큼 마음도 몸도 가볍게 쉰아홉 번째 가을을 맞이하려 한다.
가을 밥상
떼로 몰려와
짹짹짹, 무슨 이야기 그리 많은지
그때, 밥상머리에서 언니와 웃음이 터져
밥알 튀어나왔던 눈부신 가을 아침
아버지 잔소리가 국물에 뚝뚝
그리운 아침
훠이훠이, 쫓다
많이 먹고 잘 날으렴
새떼에게 논 한 마지기 그냥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