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를 심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문전옥답에 벼를 심었다.
밤마다 개구리울음 들녘을 울리고 마음 울린다.
줄 잘 선 일 학년 아이 같이 고만고만 키들이 제법 푸른데
그 사이 잡초가 보인다.
뽑아야지, 며칠이 흘렀다.
빨래 끝나는 시간이 아직 30분 남은 일요일
맨발로 들어가 논바닥을 쓸어낸다.
그때 늙은 아버지 같이 땡볕이 그림자마저 지워내는 한낮
바라보던 아들도 맨발로 논에 들어왔다.
개구리 소금쟁이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들 앞에서
서른둘은 어디 가고 초등 입학생 그 모습이다.
천진난만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콧등에 땀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엄마와 아들은 잡초 뽑기에 매달렸다.
뱀 나올라, 어서 들어가.
엄마도 어서 나와요.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며 우리는 말끔해진 논바닥을 들여다본다.
지금 아들은 세상으로 첫 발을 내 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엇을 하든 용기를 갖고 한 발씩 차근차근 나아가길 엄마는 응원할 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들에게 잡초가 걸림돌이 될까 봐 부단히 잡초가 자라지 않는 영토를 만들어 주려했건만 마음대로 잘되지 않았다. 잡초를 뽑아본 아들도 이제 알 것이다.
잡초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살려고 끝까지 흙속에 깊이 뿌리박고 사는 이유를.
잡초처럼 사회에서 밀려나도 흙 속으로 깊이 뿌리내리는 튼튼한 쓰임새 있는 잡초가 되길 바라고 또 기도한다.
유월의 휴일, 하늘엔 뭉게구름 떠다니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고 하루하루 벼들을 익게 할 햇살은 삶을 더 뜨겁게 살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가을엔 풍성한 알곡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