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은 늘 커피와 음악이 함께 한다.
30분쯤 혼자의 넉넉함을 즐기고 나면 청소여사님이 출근하신다.
오늘은 자신의 목소리가 커다고 남편에게 퉁방 맞았다는 이야기.
며칠 전 유방에 멍울이 있어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폭삭 늙은 그녀의 얼굴이 오늘은 좀 반짝거린다.
밥맛도 커피 맛도 모르겠다던 사람은 어딜 가고 오늘 아침 얄미운 남편 이야기를 쉬지 않고 쏟아낸다.
우리는 아내는 언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가?
화났을 때,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존중받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속마음 대신 높은 목소리와 약간 거친 숨소리를 낸다.
평소에는 그저 좋은 것이 좋은 것이야, 묵묵히 자신의 감정을 삭이고 살다가 많이 늙으면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여유가 없다.
나도 살아야겠으니 상대방 화살이 날아오면 1초의 머무름 없이 바로 돌려보낸다.
여사님은 올해 예순다섯이다. 네 명의 자녀를 키우고 박봉의 남편을 돕느라 직장 생활까지 했으니 안 봐도 뻔한 풍경이 그려진다.
종종걸음으로 앞만 보고 달렸을 시간, 내가 누구인가? 한 번도 생각할 틈이 없었던 시간을 건너와 한적한 시골집에서 부부 둘만 바라보고 살 수 있는 세월이 온 것이다.
서로 바빠 보지 못했던, 모르고 살았던, 상대방의 취향이나 성격을 이제야 서로 알아가니 얼마나 많은 부딪침이 있을 것인가.
날 밝으면 나를 만나 하소연해야지, 생각하며 밤잠을 뒤척인다고 하니 처음 연애하던 시절보다 더 혹독한 앎의 기간으로 들어선 것 같다.
과연, 죽을 때까지 그 남자에 대하여 그 여자에 대하여 우리는 알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모르고 죽을 것 같다.
그래야 후회라는 단어를 다시 곱씹어 볼 기회가 올 것이니.
비 오는 수요일, 금방 내린 커피 한 잔으로 동병상련의 마음을 녹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