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에 대하여

만 나이에 대하여

by 들국화

며칠 후부터 만 나이가 일반화된다 한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통용하기로 하는가 보다.

이 사실에 나는 약간 불만이다.

지금 나이가 쉰아홉, 그러니까 환갑이 되려면 2년만 견디면 되는데

얼마나 환갑 그 장엄한 날을 기다리며 살았던가, 그런데 만 나이로 치면 그것도 경기를 잘 일으키는 팔 남매 막내딸을 낳자마자 호적에 올리지 못하고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일 년 동안 지켜본 다음 아버지 밑에 딸린 식구가 되었으니 또래보다 한 살이 적게 되어있다.

물론 직장이나 퇴직의 혜택을 받긴 하나 그래도 나는 내가 살아온 그 역사를 한 해도 줄이고 싶지 않다.


적당히 늙어서 환갑 날 옛날처럼 마당에 솥 걸어 돼지국 한 솥 끓이고 백설기 몇 판 해서 동네 이웃과 친구들을 초대해 나누고 싶은 아주 간절한 열망으로 살아왔는데 그날을 조금 더 기다려야 하니 만 나이는 영 개운치 않는 덜 익은 자두 맛처럼 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셋 법으로 쳐서 내후년에 환갑잔치를 할 예정이다.

우리 집 잔디 마당에서 뷔페 식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기타 치고 드럼 치고 꽹과리까지 지금껏 즐겨온 나만의 즐거움으로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다.

덕분에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왔습니다, 하늘과 땅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아버지 엄마처럼 자식들에게 강제성을 띄어 칠순 팔순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 준비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환갑잔치 얼마나 황홀할까,

둘째 언니 환갑에 쓴 환갑이라는 시를 다시 읽으며 눈물 콧물 흘릴지

스스로 나에게 쓴 편지에 감동하여 통곡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상만으로 가슴 벅차오른다.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육십 고개는 얼추 다 넘어가니 그래도 자식 농사는 그런대로 성공인 셈이다.

지금 아버지는 하늘에 계시고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주무시지만 어쨌거나 우리 팔 남매는 살아가느라 모두 제 지느러미가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다.

아들 딸 낳아 다시 엄마 아버지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는 이미 인생의 칠부 능선은 잘 넘어왔으니 앞으로 남은 삶이 달콤하거나 아주 쓰리겠지만 그러함에도 주어진 시간은 빈틈없이 채워갈 것이다.


조금 더 달리면 환갑, 빛나는 그 순간은 반드시 나에게 올 것이다.

그날까지 잘 늙어갈 것을 나에게 다짐하는 아침, 지붕을 뚫을 것 같은 어제의 빗줄기는 어디로 숨었는지

맑고 뜨거운 여름이다.

춥고 뜨겁고 폭우가 쏟아지는 알 수 없는 날씨 같은 이런 것이 인생인 것을

환갑 즈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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