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

by 들국화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옷이 있으며 음식이 있을 것이다.

요즘 말로 소울 푸드, 영혼의 음식이라면 나에게는 단연 토스트다.

햄+치즈+달걀+토마토+채소+매콤 소스로 이루어진 단토스페셜 토스트는 내가 우울한 날이나

기쁜 날이나 멍때리고 싶은 날 배고픈 날 체증 내리듯 다시 나로 살게 하는 그야말로 소울 푸드다.


방학이라 아이들과 온종일 씨름하다 보니 체력도 정신도 혼미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육십을 달고 보니 피로감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목요일이니 일주일의 절반을 넘긴 셈이다.

이쯤에서 잠깐 쉼표를 찍어줘야 남은 내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퇴근과 동시에 한 시간 거리를 달려간다.

인생은 정해진 대로 살 수 없단 말인가,

평소 잘 닦여진 새길을 막아선 경찰들이 음주 단속을 위해 옛날 도로로 방향을 돌려놓았다.

길은 잊히지 않고 길 그대로 꽃을 피우고 쏟아지는 빗물과 햇살을 모두 품고 있다.

꼬불꼬불 창자 꼬이듯 꼬인 산허리를 돌아 드디어 읍내다.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사이와 사이에 칸 하나가 비었다.

억지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 인생은 각본 없는 드라마, 굳이 어렵게 살 필요 있겠나, 그 자리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니 한 번에 수월하다.


설레는 이런 마음, 언제든가, 연애는 오래전이고 새로운 시집을 받거나 반려묘 하라에게 뽀뽀 받는 일 외에 딱히 없다.

토스트를 향해 직진하는 내 모습은 언제나 활기차고 행복한 걸음, 기쁘게 문을 열고 주인에게 늘 먹던 그대로의 토스트와 오늘은 커피 대신 따뜻한 생강차를 주문한다.

빵 굽는 냄새가 조그마한 가게 안에 퍼지고 음악이 흐르고 이제야 나는 몸과 생각들을 강박에서 풀어둔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 맞추고 그 사람의 몸짓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시간, 나는 비로소 온전한 내가 되어 앉았다.


안이 너무 꽉 차 열려버린 손지갑 같은 토스트와 생강차를 두고 인증 사진부터 올린다.

아들, 엄마는 소울푸드 맛있게 먹는다, 너도 저녁 맛있게 먹어.

멀리에서 사회생활 하는 아들에게 짧은 소식을 전하며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동공이 열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맛, 영혼까지 따뜻해지는 이 느낌을 두고 사람들은 소울푸드라 말할 것이다.

곁들인 생강차 한 모금 후룩, 여름인데도 뜨거움에 온몸이 다 녹는다.

30 여분 그렇게 나와 내가 마주 앉아 한 끼 다정히 같이하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고 약간 모난 마음들이 둥글어진다.


못난이 호박꽃이 줄줄이 활짝 핀 7월 18일.

나는 또 하루를 잘 살아 내 기록의 장에 점을 찍는다.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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