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적응

나는 죽고싶지 않았다

by 집안의 불청객

행복보다 불행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래서 불행한 기억들이 모아 나를 깊은 우물로 빠뜨리게 했다.


초등학교 때의 왕따, 중학교 때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등학교 자퇴, 대학교 자퇴, 정신병으로 인한 군 면제가 족쇄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어느 한 곳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사회 부적응자라는 제목이 내 앞에 달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그나마 학생 때는 괜찮았다. 부모님의 울타리와 학교라는 제한된 환경이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그런 선들이 없어 더욱 힘들었다.


부적응이 낳아준 것은 단 하나 남들에게 모두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그래서 과한 배려를 시작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양보하고 먼저 무엇을 차지하려 들지 않았다.


그건 나를 깎아 먹었고 만만하게 보이는 먹잇감이 되었다. 그렇지만 당시 나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이렇게 하면 내 곁에 있어 주겠지 저렇게 하면 내 곁에 있어 줄 거라는 하는 마음으로 주변인들을 대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고 속으로는 울어댔다. 남들이 눈치채서는 안 되었다.


남들이 심한 말을 해도 넘어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화를 내야 할 때 참아야 하는 법을 배웠다. 듣기 싫은 말을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법을 배웠다.


머릿속은 과부하가 걸렸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몸에서 이상 반응을 보냈다. 그때 제대로 치료했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열아홉 살에 대학교를 다시 자퇴한 후 어느 날부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극도로 스트레스받는 날이 여러 번 있었다.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이었다.

나 혼자는 이겨낼 수 없는 큰 짐을 진 마음 때문에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것도 공황장애가 왔을 때 말이다. 어머니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을 반대했고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었다. 자퇴도 두 번이나 했고 정신적으로 병력은 나에게 실만 된다는 판단이었다.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었다. 다음에 부모님은 이 일에 관해 나에게 사과했다.


부적응자가 된다는 건 사회에서 도태되고 버려지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재밌는 사람이요. 나는 주변인들을 아끼는 사람이요. 그렇게 부적응을 뒤로 숨기고 앞으로는 웃음을 지어냈다.


두 번째 대학교를 가면서 여태까지의 일을 겪었기에 모두 반대로 행동했다. 그래서 총학생회에 들어가기도 했고 애들과 선배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군대에 입대하게 되면서부터 크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훈련소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퇴소했다.


그 퇴소가 엄청난 돌덩이가 되어 짓누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남들 다 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즉, 부적응의 극치였다. 여태까지 억눌러왔던 것이 그것을 문제점으로 폭발해 버렸다.


정신과를 다녔고 입원 절차를 받았다. 그런데 나는 그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입원 두 번 모두 중간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 상황은 부적응자 중에서도 더 모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무엇하나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스물두 살에 느끼게 되었다. 나 하나쯤 사라져도 괜찮겠지. 어쩌면 부모님은 내가 없으면 잠시 슬프겠지만 앞으로 더 고통받을 일은 없으라 했다. 그래서 옥상에 올라가 난간에 서보기도 했고 손목을 긋기도 했고 어두컴컴한 길에서 차에 치이길 바라며 서 있기도 했다.


근데 사실 다 발악이었다. 나 좀 죽여달라고 가 아닌 나도 살아있다고 절규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사람도 점점 만나지 않고 방에는 암막 커튼을 쳤다. 그리고 스스로 실패자, 사회 부적응자, 병신으로 치부했다.


약을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버텼고 술에 취할 때까지 마시며 목숨을 유지했다.

내 인생은 검은색이었다. 빛이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탓할 곳도 없었다. 전부 내 탓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