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왼쪽 팔뚝과 팔목의 자상 그리고 그것을 덮은 문신이 있다. 내가 자해를 시작한 것은 스물두 살 때부터였다.
무엇 하나도 못 할 것 같은 자괴감에서 몰려오는 스트레스를 풀어야 했다.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인 걸 알면서도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팔뚝을 그었다.
피가 흘러나오고 휴지로 닦고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선명한 붉은 혈흔이 내가 살아있다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죽고 싶을 때마다 살기 위해 팔뚝에 칼을 그었다.
보이지 않는 곳이기에 티도 나지 않았고 평범해 보일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술을 진탕 먹었다. 현실을 등져버리고 도피만이 남은 선택지에 도달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집으로 들어와서 똑같이 팔뚝을 그었다. 그런데 선명히 보여야 하는 혈흔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손목을 선택했다.
더욱 선명한 상처와 많은 붉음이 나를 자극했다. 정신이 아늑해져 갈 때 경찰이 왔고 응급처치를 했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매일 출근하기 전 내 방을 들렀다. 나중에 알은 사실이지만 아들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었다고 한다.
대학교에 다시 복학 후 자해를 멈추었다. 왜냐하면 선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학교 과정을 이수했지만, 졸업은 하지 못했다. 남들이 취업할 때 겨우 아르바이트했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렸다.
주변인들은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이 없었다.
다시 상처투성이를 선택했다. 긋고 치료하고 긋고 치료하고를 반복했다. 아프고 쓰라렸지만, 붉은 혈흔을 보는 생동감이 훨씬 앞서있었다.
검은색만 같았던 내 인생에서 새로운 색깔이 들어온다는 건 정신적으로는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이것은 중독에 가까웠다. 도박, 마약과 같은 도파민 중독처럼 말이다.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였다. 어느새 내 몸에 상처를 내지 않으면 정신적 타격이 생겼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이미 약물을 여덟 가지나 복용하고 있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약물은 나를 잠깐 밧줄로 묶을 뿐이었다.
사계절이 지나는 만큼 내 몸에는 상처가 남았다. 그것은 두 가지였다. 마음과 피부였다. 마음은 이미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고 피부는 흉측하게 빨간 자상이 남았다.
남들은 내가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들도 나를 회피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술을 나누고 싶어 하지 않으라 했다. 왜냐하면 술만 먹으면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으니 말이다.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늪에 빠진 지는 오래였다. 구출해 줄 사람은 누구도 없었고 죽으면 나의 형체를 찾아줄 사람도 없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사실 다 어설픈 자살 시도였다. 죽을 용기조차 없는 나를 보고 더욱 한심했다.
약물을 늘리고 병원을 바꾸고 이사를 하여도 자해는 중간마다 쉬어갈 뿐 근본인 뿌리를 뽑지 못했다.
주변인들도 그런 나 때문에 힘들어했다. 그래서 떠나가려는 이들도 많았다. 옛날이었으면 붙잡았겠지만, 지금은 할 말조차도 없었다.
봄이 오면 벚꽃을 보며 꽃이 피지 못하는 나를 보았고 여름이 되면 푸르른 절경 중 나만 어울리지 못하는 나를 보았다.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추락하는 나를 보았고 겨울이 되면 차갑게 꺼져가는 생명을 보았다.
모든 것이 우울하고 부정적이었다. 매일 하는 생각은 제일 힘들었을 때 그냥 죽어버릴 걸 이었다. 근데 되돌아보면 하루하루가 제일 힘들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 같았다. 산소호흡기를 가져다 대고 의미 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모두에게 죄를 짓고 살았다. 친구에게는 원망을 부모님에게는 짐을 지게 했다.
사람이길 포기하고 싶었다. 사회라는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개미가 되고 싶었다. 어린아이도 밟으면 죽는 하찮은 개미 말이다.
유서를 가지고 다녔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 유서의 내용은 당연하게도 죄책감, 부담감, 불안함만 쓰여 있었다.
사실 나는 그 반대로 살고 싶었는데. 부모님과 나란히 앉아 웃음을 보이고 친구들과 술 한잔하며 추억을 팔고 싶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그게 일상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