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신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by 집안의 불청객

내 몸에는 세 개의 문신이 있다. 첫 번째 문신은 갓 스무 살이 되고 대학생 때 관심을 받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끌어낼지 고민하다가 강렬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미도 뜻도 없이 옆 목에 문신을 새겼다. 초승달에 넝쿨이 흐트러진 그림이었다.


작전은 대성공이라도 하듯이 다른 사람들은 그 문신을 보면 한 번에 나를 기억했다.


어릴 적에 왕따나 괴롭힘으로 인한 충격이 있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었고 어울리고 싶었다.


처음에는 양아치 같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나와 오래 다니다 보니 자신이 편견이 있었다고 했다.


두 번째 문신은 왼쪽 팔에 주사기를 하고 그 주사기 안에 보라색을 채워 넣었다.


의미가 있었는데 당시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고 그 중 아빌리파이정을 주사로 맞았다.


조현병이나 우울증은 꾸준한 관리를 받아야 하기에 불치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깨고 약에 의존하지 않는 순간이 언젠간 오길 바라고 주사기를 그려놓았다.


보라색인 이유는 보라색 장미를 매우 좋아한다. 왜냐하면 꽃말이 영원함과 동시에 불완전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적인 의미가 돋보여 보라색을 선택했다.


주사기 문신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다. 흔하지 않기도 했고 약간 마약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내 일부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한 것이다.


세 번째 문신은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러니까 흉터를 가리기 위해 여태까지 한 것보다 조금 크게 했다.


해일을 타고 있는 고래를 검은색으로만 그려 넣었다. 고래 문신은 가족애를 상징한다. 내가 힘들 동안 곁에 있어 주었던 가족을 생각하며 새겼다.


솔직히 나도 힘들었지만, 가족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자해하는 아들을 보는 부모님의 입장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것이니까.


그리고 문신을 한 이유는 이제는 그곳에 자해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상하게도 문신한 곳은 더 건드리지 않았다.


그 부분은 나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도 나를 완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처럼 세 개의 문신은 각자 이유가 있었다. 어떤 것은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것은 내가 겪는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것은 아픔을 덮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문신을 더 할 거냐는 주변인들의 물음이 꽤 많았다. 그것에 대답하자면 할 것 같다. 만약에 내게 어떠한 시련이나 축복이 찾아오면 그것을 맞는 것을 새길 예정이다.


아직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주변인들로부터도 인식이 좋지 않지만, 나는 문신이 과거를 담는다고 생각한다.


그 과거가 슬프든 기쁘든 나의 일부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나의 일부를 부정하는 순간 그것이 더 큰 고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문신의 의미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는다. 남이 나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아 약간의 불쾌함이 감돌기 때문이다.


깊은 관계를 나누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사람도 있다.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내가 한 선택인 만큼 감수해야 하는 것도 내 몫이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좌절하기도 한다. 문신 때문에 일을 못 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의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괜히 했나 싶기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한 선택에 후회만 남기는 싫었다.


여태까지 쓰라린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또는 기억하기 위해 그림을 새겨 넣었다. 아픈 과거를 딛고 살아있음을 표시했다.


그래서 이제는 살고 있다가 아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 새길 문신은 좋은 일로 인해 새기고 싶다. 아픈 과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찬란한 추억도 쌓고 싶으니까.


죽기는 싫어서 과거를 그렸고 살고 싶어서 찬란함을 그릴 것이다. 스스로 하는 발악이기도 했고 이상적인 미래에 관한 생각이기도 했다.


이중적인 의미들이 많다.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내가 어떻게 하냐에 달렸다.


이제는 죽기 싫어서 발버둥 치지 말고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칠 것이다. 그린 그림들이 남들에게 좋게 보일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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