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살면서 진실한 따스한 온기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요구에 응하면 보답으로 온기를 줬다. 그 온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온기의 형태는 다양했다. 돈, 우정, 사랑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런데 전부 나에게 요구하고 나서 받은 것이었다.
냉기와 더 친해졌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사회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자리잡혔고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했다.
바깥을 보지 않으려고 암막 커튼을 치고 방 안의 전등도 켜지 않았다.
결과는 더욱 나빠졌다. 나만의 세계에 갇히고 그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부모님조차도 내가 아닌 남들에게 보이는 나를 더 신경 썼다. 그래서 더 좌절감을 느꼈다. 마치 관상용 물고기가 된 기분이었다. 비늘이 떨어지면 버려지는 것처럼.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냉기를 이겨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냉기를 받아들이고 덤덤해져야 했다.
온기를 원했던 소년은 몸만 움직이는 딱딱한 시체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면을 쓴 채로 웃음을 선보이며 남의 감정에 억지로 공감하고 적절하게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었다.
그러니 불편하던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애초에 기대를 걸지 않아야 실망도 없었다.
그런데 이 공허감은 무엇일까. 심장에 흐르는 피는 뜨거운데 왜 차가울까. 이 냉기는 왜 지워지지 않는 것일까.
차곡차곡 냉기가 쌓였다. 해가 뜨지 않았고 눈이 쌓이고 있었다.
이윽고 알아차렸다.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 줄까.
스스로에게 따뜻한 불씨 하나도 주지 않으면서 왜 남에게 온기를 바라는가.
그런데 나는 스스로 따뜻해지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늘 남의 시선에만 쫓겨 살았고 그 시선을 만족하는 게 좋다고 알고 있었다.
편견이 자리 잡았고 틀 속에 갇혀 살았다. 그것을 깨주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틀을 견고하게 다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스트레스를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폭발하고 말았다.
나 자신이 사는 의미를 찾지 못했다. 남을 위해서 감정을 소비할 뿐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때부터 정신병이 도졌다. 이겨내려고 했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점점 잠식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무언가가 내 머릿속을 말이다. 비정상적인 사고는 심연으로 날 이끌고 갔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추락하나 싶었다. 공허한 공간 속 차가운 냉기만이 내 몸을 감싸안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건 그녀를 만나면서다. 나의 무엇이 마음에 드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라면 내 모든 것을 드러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모든 것을 드러낸 그녀는 점점 지쳐갔다. 처음의 온기는 식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의 피폐한 모습보다 다른 사람의 열정을 좇았다. 더욱 힘들었던 건 한순간에 가버린 것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술을 매일 마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것이 보였다.
그녀가 떠나간 것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누구에게 의지해서 온기를 좇으려 하지 않게 했다.
스스로 쳐다보고 스스로 개선해야 했다. 그리고 그걸 의무라고 생각했다.
운동과 독서를 시작했다. 암막 커튼을 떼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로 했다.
창문 너머로 비추어지는 따스한 햇볕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서린 달이 뜰 때는 안정적인 어둠에 몸을 맡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냉기는 온기가 오기 전에 오는 약간의 조짐이었다. 차가웠던 공간만이 전부였던 나이기에 이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규칙적으로 그렇지만 그 틀 안에서만 목메지 말고 약간의 유연성을 유지했다. 나태함과는 확실히 구별 지었다.
이제 틀은 탄력성이 생겨 자유자재로 모습을 변형했고 내 삶도 자유로워졌다.
틀을 깨부수지 않은 이유는 안정적인 울타리가 어떨 때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즐기는 날만 남았다. 무엇을 도전할 때 두려움과 걱정만 늘어놓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냉기 속을 나오고 내가 직접 만든 안정적인 울타리 속에서 온기를 느끼기로 했다.
뜨거운 것은 미지근하게 그리고 차가운 것도 미지근하게 변한다. 그 온도를 어떻게 바꿀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고 나 자신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