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기에는 호상이었지만, 엄마를 떠나보낸 늙은 자식들은 장례식장에서 사촌인 내 손을 잡고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칠순이 넘은 사촌 언니, 오빠들은 얼마 전까지 고모의 백세 생신 잔치를 성대하게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던 참이었다. 워낙 건강한 분이시라 시골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건강하게 지내던 고모였다. 또 워낙 장수 집안에, 또 장수로 유명한 시골 마을에 지내고 있는 터라 나도 고모가 백수를 누리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런데 그 건강하던 고모가 마실을 나서다 그만 자전거에 치여버렸다. 그리 큰 사고가 아니었는데도 자리보전한 지 한 달을 못 가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었다. 노인의 건강이란 그런 것이었다.
나는 같이 간 아빠의 얼굴을 보았다. 80대 초반의 아빠는 집안 내력대로 나이보다는 동안이었지만 그래도 흰머리가 검은 머리보다 많고 주름과 검버섯이 드문드문한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빠는 나이 차이가 그리 나지 않는 조카들을 위로하며 고모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아빠의 나이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고모 뒤를 따라간다고 해도 세상 사람들 보기에 어색하지 않은 나이였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아빠의 부재. 아빠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인가. 그럼, 아빠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노인 한 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 이렇게 허무하게 인생이 사그라져도 되는 걸까?
무엇을 할까? 나는 나의 늙은 부모를 위해, 그리고 남겨질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