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08. 브뤼셀 프라이

No08. 감튀계의 서브웨이, 브뤼셀 프라이

by 서진우

prolog. 항상 가고 싶었던 곳




감자튀김 버킷리스트를 짜면서 최종 목적지를 벨기에로 정한 이유가 있다. 벨기에가 바로 '감튀의 성지'기 때문이다. 물론 원조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프랑스의 '프렌치프라이'가 그 상대다. '프렌치프라이'는 두껍게 썰린 '프리츠'와 달리 생김새가 길고 얄상하기 때문에 원조 논란과는 별개로 개인 취향이 갈린다.


개인 취향을 독자님들께 어필해보자면 '프리츠'를 더 권하고 싶다. '프리츠'가 두툼해서 소스 찍어먹는 맛도 좋다. '프렌치프라이'는 평소에도 m사나 l사 햄버거 가게에서 자주 보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감흥이 떨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프리츠'를 파는 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운 좋게도 나는 될놈될였나보다. 고등학교 시절에 '프리츠'를 만날 수 있었다.


감튀 사냥꾼에게 제 발로 굴러들어 온 감튀 전문집이라니. 고양이에게 츄르를 맡긴 격 아닌가! 당연하게도 가게 오픈하자마자 달려갔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단골로 눈도장을 찍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감튀 라지 사이즈가 7000_8000원이었는데 당시 한 달 용돈 15만 원 중에 절반 가까이를 감자튀김집에 투자했다.


집 가면서 오늘 하루가 고단해서 먹고 학원 가면서 먹고 야자 쉬는 시간에 배고프면 친구들 꼬드겨서 먹었다. 오죽했으면 사장님이 "또 왔냐? 그만 좀 와라. 힘들다"라는 소리를 하셨을까. (나랑 친해서 하셨던 소리니 오해 노노 ㅎㅎ)


사장님이 힘들다 하신 말씀이 결코 빈 말이 아니였다. 실제로 '프리츠'는 조리 과정에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수제 감자튀김의 경우 직접 많은 감자들을 선별하고 씻고, 손으로 돌려 깎는 과정까지 게다가 튀기는 과정을 두 번이나 거쳐야 하는 찐 고생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감튀다.



짭짤한 원인 중에 분명 사장님의 땀방울 때문도 있을 거야 라는 실없는 농담을 해본다.


고3이 되자 해당 가게가 없어져 아쉽게 됐지만 성인이 된 지금 다시 감자튀김에 대한 사랑이 불타기 시작하면서 찾아본 가게 중에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주요 키워드는 #프리츠 #벨기에 #감자튀김


딱 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으니, 안국역에 벨기에 감튀를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 있어 찾아가기로 했다.


오늘 소개할 집은 바로 벨기에 감자튀김의 정석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진 가게,


감튀계의 서브웨이





브뤼셀 프라이다.











서진우의 감튀 슐랭




1. 위치


전국 30개 프랜차이즈가 존재한다는 보도 자료가 있다. 안국역에서 나오면 좌측으로 꺾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이때까지 찾은 감튀집들은 접근성도 좋아 개인적으로 소개하면서 독자님들을 고생시키지 않을 것 같아 뿌듯하다.


2. 맛


기본 감자튀김 종류부터 잘 보고 선택해야 된다. '스트레이트컷'은 반달처럼 생긴 감튀다. 두툼하고 길쭉한 직사각형 스틱인 '점보프라이'도 있다.


담을 플레이트도 예뻐야 맛난다. 나는 잘못 골라서 사각형 접시에 먹게 됐는데 꼭 삼각형 원뿔접시를 선택하시길...ㅎㅎ 비주얼적으로나 소스가 골고루 아래까지 섞이는 부분에서도 원뿔형이 훨씬 낫다고 본다.


브뤼셀 프라이는 10124번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실제로 소스나 토핑 종류가 엄청 많다는 점..!

나는 10800원짜리 D세트 (샤워크림어니언시즈닝+갈릭디핑/스위트칠리+맥 앤 치즈/나쵸) 세트를 시켰다.


시키자마자 튀기시는 것 같았다. 초벌(?)이 되어있는 것인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10~15분 정도? 걸리는 거 보면 오래 걸리는 거 아냐? 싶지만 오히려 좋았다. 뭔가 정성스럽게 튀긴 감튀 먹는 느낌? ㅋㅋㅋ 보통 감튀는 주인공 취급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이 정말 많고 양파 토핑이 신선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찍먹파인데 소스가 덮여 나온 점이 아쉬웠지만 하나도 눅눅하지 않았다. 겉이 바삭하고 안은 포슬포슬했다. 소스들이 전반적으로 꾸덕해서 감자의 전분과 싹~ 어우러지는 느낌이 최고다. 지하철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한 세트 시키면 성인 남자 한 명이 적당하게 식사한 듯한 포만감이 든다. (참고로 필자는 많이 먹는 편이다.)



3. 가격


대표 세트 메뉴 가격들이 1만 원 안팎이다. 맛있게 먹으려면 만원 이상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기본 메뉴: 스트레이트컷 8000, 점보프라이 8900 (왜 8900?)

시즈닝, 소스나 토핑: 조합별로 가격대가 다양하다.

밀크셰이크: 4500




3. 청결


안쪽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가게 자체가 작아서 그런지 주방이 상당히 작았다. 딱히 홀을 위한 의자나 식탁등은 부족하다. 미리 앉을 장소를 물색한 후에 드시길 바란다.








epilog. 소개하길 망설였던 곳


사실 앵그리 프라이와 생맥주만 고집하는 집 이전에 이곳을 가장 먼저 다녀왔다. 하지만 소개하기 망설여졌었다. 브뤼셀 프라이 대표인 130만 유튜버가 음주운전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줘 본사 측에서 전면 계약해지를 단행했다고 한다. 벨기에 정통 프라이를 선보인다는 취지만은 감튀 덕후로써 너무 반가웠기 때문에 이번 논란이 더 안타까울 뿐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부터 상처받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에 제법 익숙해질 나이가 됐다고 믿었는데, 아직도 절차도 없이 들이닥치는 불행에 대하여 화들짝 놀라는 내 모습을 보면 아직도 세상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감튀로 힘든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지금까지는 제법 통하고 있지만 말이다.ㅎㅎ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8화 NO.007 생맥주를 고집하는 집(일번지 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