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 생맥주가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다고
때는 지난주 목요일, 10년 지기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서울을 떠나 창원으로 간다고. 연고지에 가서 살게 될 친구가 걱정됐다. 우리는 빠르게 만남을 잡았다. 만남 장소는 충무로였다.
약속 시간이 1시간 반 남짓 남았을까. 이삿짐을 아직 다 못 쌌으니 자기 집 근처로 와 줄 수 있냐는 카톡이 왔다. 충무로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던 난 짜증 났지만 당장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 가까이라도 가야겠다 생각했다.
집으로 가는 중, 또 카톡이 울렸다. 원하는 맛집이 있다고 오라는 것이다. 충무로보다는 가깝지만 집에서도 거리가 꽤 있는 곳이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추천해 준 맛집 링크를 봤더니 이름도 평범~ 했다.
"생맥주를 고집하는 집"
진짜 누가 가게 이름을 이렇게 단순하게 지었을까. 진짜 '고집' 한 번 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ㅋㅋㅋ(이때 알아뵀어야 하는데) 어쨌든 가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집 근처에서 봐"라고 했지만 만나서도 진짜 서울 떠나기 전 한 번 가고 싶다며 가면 안 되냐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눈을 보니 눈빛이 이글이글, 초롱초롱 빛나는 게 진심 같았다! 그래서 결국 또 30분 버스를 탔다. 도착한 곳은 과거 고깃집이었던 곳을 포장마차로 개조한 분위기의 호프집 같았던게 테이블 생김새도 그렇고 호프 집이라기에 조명이 지나치게 밝았다. 술집인데 11시에 문을 닫는 것도 웃겼다.
엄청난 불신을 안은 채 들어갔다. 친구는 자신만만하게 나만 믿어라고 하며 생맥 2잔을 시켰다.
짠! 하고 들이킨 순간
...@@!!!
이게 뭐야... 진짜 생맥주가 아니 자존심 상하게 (물론 cass 훌륭합니다.) 와 진짜 고급 생맥주 도 아닌 국산 맥주에서 이런 맛이 날 수가 있다고? 그저 시원하고 톡 쏘는 맛에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반전이었다.
웬 맥주 위에 생크림이 올라가 있지? 이 생각을 했다. 밀도 높은 하얀 거품이 밀키한 목 넘김으로 부드럽게 거품이 식도를 감싸는데 진짜 먹어 본 생맥주 전문점 중 최고였다. 눈이 저절로 커지자 친구가 빵 터지며 말했다. "거봐..! 형 믿고 따라오길 잘했지?"
아 진짜 자존심 상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하지만 이곳에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벨기에에 프리츠, 영국에는 피시 앤 칩스, 미국에 해시브라운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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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K-일번지 감자튀김이 있다!!!
<<서진우의 감튀슐랭>>
1. 위치
https://place.map.kakao.com/16296153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18-1e스카이오피스텔 2층 201호
5호선 송정역에서 내려서 도보로 5분 거리다. 교통편 합격!!!
2. 신선도
가게가 정말 깨끗했다. 그리고 튀김류가 많은데 기름 냄새나 음식 냄새가 강하게 안 나는 게 신기했다. 식기도 모두 깨끗했고 오픈 주방이라 믿을 수 있었다. 주방 이모님들이나 셰프님이 중간중간 오셔서 맛있는 지도 체크하시고 직원들이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었다. 메뉴는 포차 메뉴인데 음식이 프리미엄인... 포차계의 미슐랭? 느낌 ㅋㅋㅋㅋ
3. 맛
맛은 두 말할 것 없이 훌륭했다. 여기 튀김류는 신기한 게 일본식 튀김 느낌 나지만 조금 더 두꺼운 튀김옷이 (바삭이 아니다.) 아삭 소리가 나고, 안에 감자는 통감자를 두껍게 썰어 즉석에서 바로 튀겨 놓는다. 9000원이라는 가격에 그릇 반 절은 새우 과자라 진짜 실망했는데 맛 하나로 압살한다. 결국 다 먹고 한 판 더 시켰다.
사장님이 오셔서 설명까지 해주는 맛집이다. 그냥 케첩이나 소스 안 찍어 먹어도 맛있고 맛이 워낙 고급이라 첫 입은 생으로, 두 번째 입은 소금에 찍어 드시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그 외 부대 볶음 같은 다른 음식도 퀄리티가 엄청나다. 소시지 두께만 봐도 기절이다.
위치랑 가게 이름 상 여긴 찐 단골 아니면 진짜 알기 어렵겠다 했는데 과거 일번지 집으로 이미 유명한 곳이었다. 꼭 와 보시길.
EPILOG. 서른이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다고
친구와 노래를 들으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1시간 거리를 걸어서 집에 왔다. 고등학생에서 벌써 서른이라니. 서른이 가장 불안정하고 힘들지만 이때를 잘 넘기면 인생 더 나아질 거란 믿음, 아직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나이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걸었다.
"나도 오늘 처음 여유 부려봤다. 그동안 계속 일만 했잖냐" 그 말에 왠지 울컥했다.
집 근처에 다다르자 친구랑 마지막 포옹을 했다. 친구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하니 사진 한 장 남기자고 했다. 가로등불 벗 삼아 한 컷 씩 더 찍었다. 맥주를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인지 둘이 볼에 홍조 하나씩 달고 있었다. 사진이 유난히 잘 나온 날이었다. 모처럼 즐거운 밤이었다.
성공하자. 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