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06. 감튀 덕후의 최고 입문용 감튀 맛집, 앵그리 포테이토
글을 올린 지 6개월이 지났다. 초여름이었던 날씨를 지나 어느덧 가을이 왔다. 내가 사는 빌라 앞에는 3층 높이 만한 큰 나무가 서있는데, 어느새 그 나무에 풍성했던 푸른 숱들은 지금 흙빛을 닮아가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글을 쓸 때 시작한 당찬 포부가 빛을 바래가듯 말이다.
감자튀김이 그리웠던 건지 브런치 글을 썼던 기억이 그리운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 갈 때마다 글을 쓴다는 구실로 감자튀김 맛집 추천을 받고, 사람들의 감자튀김 취향을 물어보는 나만의 습관이 생겼다. 휴일에는 실제로 시간 내서 서울에 있는 몇 군데 감자튀김 맛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이야말로 감튀 서사의 제대로 된 시작이 아닐까 듯 싶다. 내 감튀 버킷리스트의 시작을 알릴 영광스러운 첫 번째 감자튀김 맛집 1호를 독자분들께 소개하려고 한다.
감튀 덕후인데 이 집을 모른다고?
오늘 소개할 감튀 입문용으로 최고의 감튀 맛집인 이곳은 바로?
앵그리 포테이토를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접했다. 끼룩푸드라는 유튜버의 영상에 포테이토 조회수가 무려 631만 회(11월 15일 발행일 기준)다. 감자튀김 하나로 어떻게 631만 회를 달성하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 영상 보자마자 다음 날 바로 지하철 타고 1시간 넘게 걸리는 신림역까지 갔다.
https://place.map.kakao.com/1027621111
카카오맵 평점: 3.4
신림역에서 진짜 가깝다. 도보 2~3분?
나와서 정면으로 직진하면 보인다. 도로가 좁은 편이고 번화가라 사람들이 붐빌 수 있다.
다행히 이날 3시쯤 사람들이 없을 때 가서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가게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선반에는 나무 상자 안에 감자들이 예쁘게 놓여있다. 처음에는 모형인 줄 알았으나 상자 앞에 날짜가 쓰여있다. 다 일주일 이내의 아주 신선하고 알 큰 감자들이었다. 눈으로 확인된 신선도! 굿!!!
앵그리 포테이토의 신림역 매장은 굉장히 깔끔했다. 보통 특유의 기름 쩐 내가 나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도 없었다.
내부는 트렌디한 MZ감성이다. '감자'라는 하나의 음식을 매개로 이렇게 다양한 굿즈 마케팅을 할 수 있구나. 하고 놀랐다. 시계, 옷, 키링, 인형 등 굿즈화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한 듯 싶다. 앵그리 포테이토 마스코트도 있는데 앵그리 버드를 닮은 것 같다.
먹는 건 5점 만점에 3점. 서서 먹어야 한다는 점이 좀 불편하다. 테이블도 원형이라 인원이 많아지면 서서 모르는 사람이랑 마주 보면서 먹어야 할 수 있다. (한 분이 오셨는 데 내 테이블에서 같이 드셨다. 가까운 거리여서 조금 민망했다.)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감튀가 진짜 기름지지 않고 눌려서 눅눅한 부분이 없었다. 즉석에서 튀겨서 그런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지만 맛은 좋다. 특히 기름맛이 안 나서 좋다.
나는 이미 나쵸치즈, 칠리소스로 커스터마이징이 되어 있는 감튀 세트에 추가 토핑을 했다. 양파후레이크, 폴드포크, 할라피뇨 추가 이렇게 골랐다.
맛은 있으나 소스들이 무한 리필이라 그런지 싼 맛이 있다. 대부분의 소스들이 단편이다.
소스는 무한리필이니 언제든지 소스 떨어지면 리필해서 먹을 수 있다.
몸도 마음도 정말 힘든 시기여서 감자튀김을 먹으면 글을 쓰겠다고 독자분들께 약속했지만 펜대보다 캔맥을 더 자주 잡았다.
한참을 회피하다 7월 말에 들어와 첫 게시글을 봤는데 다음 글은 버킷리스트에 나오는 내용은 없고, 여전히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현재를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감자칩'을 잠시 놓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11월 현재 나는 73KG가 되었다. 서문에 적었던 30살의 반백수인 것은 다름없지만 가장 달라진 점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졸업했던 학교에 교수님을 만나 나름의 절절한 사정(?)을 이야기한 것을 시작으로, 스터디 대표가 되어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공부를 했다. 봉사 활동도 하고, 대외 활동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감자칩'을 잠깐 잊고 살 수 있었다.
그때의 나에게 고맙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게도 고맙다. 이제 남은 연말까지 2개월. 느리지만 이렇게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분명 답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