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05 눈을 감자

NO.005 눈을 감으면 자꾸 생각나는 - 눈을 감자

by 서진우

prolog. 눈을 감자


잠시 눈을 감을 시간이 좀 필요했다. 감튀리를 리뷰하면서 틈틈이 행복해지려 노력했지만 때로는 소소한 행복만으로는 견디기 힘든 버거운 일들도 일상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야 될 때가 있고,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그런데 최선을 다해도 정말로 안 풀릴 때가 있다. 운이 안 따라 줄 때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오해가 생길 때도 그렇다.


오랫동안 이어오던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생겼다. 앞서 말한 모든 상황이 겹쳤다. 의견이 다른 점을 소신 있게 밝혔지만 그 이후로 어딘가 모르게 팀원과 사이가 서먹해졌다. 어디서부터 생긴 오해인지 모를뿐더러 더욱이 상대가 소통을 원치 않을 때는 이유를 영영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런 순간엔 그냥 상대의 마음이 스스로 풀리길 기다리고, 거리를 둔 채로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해법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좀처럼 오해를 풀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팀을 떠나기로 했다.


항상 생각이 깊어질 때면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정작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냥 모든 수긍할걸 그랬나?', '이때는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와 같은 자책과 후회의 말들을 쏟아내며 그 말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기 전에 스스로 비난의 화살을 들어 가슴에 꽃았다.


그러면서 그 기간 동안 나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스트레스 해방구였던 브런치 알람 소리도 외면했다. 써보려 '눈을 감자'만 5 봉지를 먹었지만 한 편의 글조차 써내질 못했다. 그렇지만 눈을 감으면 자꾸만 생각났다. 책상 앞에 써진 문구.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눈을 뜨고 책상 앞에 앉았다.


다시 행복해지고 싶다.


오늘 소개할 감자칩은

눈을 감으면 자꾸 생각나, 눈을 감자









<전율의 감튀슐랭>


전에는 더 길었던 것 같아서 그게 메리트였는데 지금 짧은 것 같다. 얇은 감자튀김 느낌

자가비와 비교했을 때 맛은 둘 다 짭짤하다는 것은 같은데 식감에서 특장점이 있다. 길고 입 안에서 똑똑 부러지는 식감의 감자스틱을 원한다면 눈을 감자, 두껍고 바삭거리지만 안은 약간 포슬거리는 느낌을 원한다면 자가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양이 너무 적다. 자가비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쉽게 말해,


자가비는 버거킹 감튀를 바삭하게 튀긴 느낌

눈을 감자는 롯데리아 감튀를 바삭하게 튀긴 느낌


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story of 눈을 감자>



1. 내가 형이었어?


눈을 감자는 오리온 감자칩이다. 놀랍게도 자가비보다 형이다. 눈을 감자는 2005년생, 자가비는 2006년 생이다.












epilog.

눈을 감는다는 표현은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누구의 실수나 잘못을 못 본척한다는 것은 좋은 일에 쓰일 수도 나쁜 일에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자를 먹으면 초등학교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생긴 것도 신기하고 맛도 좋아서, 한때 소풍 갈 때면 ‘인기템’으로 통하던 과자였다. 단점이라면, 양이 적어 누가 하나라도 몰래 집어가면 금세 티가 났다는 점.

나는 친구들이 하나씩 슬쩍 집어 먹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따지기보다는 웃고 넘겼다. 어머니가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항상 두 봉지씩 사주셨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늘, ‘눈을 감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살면서 어떤 일에 눈을 감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일이라면, 웃고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네의 법칙’처럼, 나이가 들수록 체감 시간은 점점 더 빨라진다. 일상은 루틴화되고, 자극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그것을 버티는 몸과 마음은 오히려 퇴화해 간다.


살다 보면 오해를 일일이 설명할 여유가 없다. 그 설명 하나하나가 시간이고, 체력이고, 감정이다.

"모든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대답할 말을 찾기에는 인생이 너무 빨리 흘러갈지라도"

소설 『통카』에서 로베르트 무질은 이렇게 썼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는, 이 간절한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여유'라는 한 봉지의 눈을 감자가 필요하다.


삶은 속도보다 방향임을 잊지 말자.

나는 이미 나만의 길을 걷고 있고, 그 길을 걷기로 스스로 마음먹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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