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03. 포카칩 어니언

No.003. 포카칩 어니언 - 착각은 NO! 포카칩 원조는 나야!

by 서진우

Prolog. 착각은 금물


인생 3분의 1이 지났는데 착각이 는다. 나이가 들면 남 눈치 보는 게 제법 준다는데 이상하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데 나는 나를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걸까. 모든 움직임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모두 알고 있어서 피곤한 것들이 있다. 자세히 알면 다친다. 옛말에 식자우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감자칩을 리뷰하면서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아버렸다. 반투명 체중계에 올라가니 선명하게 새겨진 디지털 숫자를 보았다. 충격과 공포. 자세한 사실은 생략하겠다. 알고 싶지 않아서 체중계에서 얼른 내려왔다. 마음이 다칠까 봐 소수점은 못 본 척하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반드시 러닝과 병행하리.


이렇게 해서 다시 한번 어떤 일과 함께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도 억지로 움직이려는 어색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순간 머리가 말을 듣질 않는다. 그리고 되묻는다. '그것이 진정 네가 하고픈 말이 맞니?'라는 물음이 머릿속에 다시 한번 메아리친다는 것을.


감자칩을 리뷰하고자 타자기에 손을 댔을 때 마음하고 치고 있을 때 마음하고는 경중이 다르다는 것을. 타자기에 손을 올리기 전 마음보다 타자기에 올려진 손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무겁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래도 착각이 아닌 변화했다는 확신. 이 양가적인 감정이 스쳐지나갈 때 반쪽자리 희열을 느낀다. 나머지 반쪽은 글을 읽어주는 감사한 분들의 반응들로부터 채운다.


오늘 리뷰할 감자칩이 궁금한 사람도, 감자칩을 리뷰할 나를 궁금해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둘 중 누가 더 많을지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애초에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시작한 글쓰기가 아니기 때문에 딱 '감자칩'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 이렇게 세 가지만 잘 유지하자. 뭘 안다고 자꾸 착각하지 말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할 감자칩은 저번에 소개했던 '감자칩'의 연장선에 있는 녀석이다. '포카칩 오리지널' 이 녀석의 이름은 사실 잘못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 진정한 포카칩 오리지널은 사실 오늘 소개할 '감자칩'이다.


오늘 소개할 오늘의 '감자칩'은 바로!!!


착각은 NO! 진정한 포카칩 오리지널!

No.003 포카칩 어니언이다.









1. 전율의 감튀슐랭




처음으로 시즈닝 있는 감자칩을 리뷰한다. 사실 감튀 덕후로서는 시즈닝 있는 감자칩을 리뷰하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다. 약간 뭐랄까. 오리지널 감자튀김들을 리뷰하다가 양념감자를 리뷰하는 느낌이랄까...ㅋㅋㅋㅋ 그렇지만 앞으로 리뷰할 시즈닝 감자칩들이 많기 때문에 스타트를 이렇게 잡은 것은 서사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밤새 의문의 하트 손가락 시그널만 남긴 가해자에 의해 변사체로 발견된 녀석


우선 영양 성분표를 보면 시즈닝에 양파 분말도 국내산을 쓴다! 오! 그런데 토스티드 어니언 분말은 미국산이다. 신기한 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낸다는, 그 제로 콜라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단맛이 첨가된다고? 역시 단짠단짠은 과학인가 보다.


원래 월, 수 리뷰한다는 핑계로 이미 두 봉지를 깠다. 수요일은 심지어 글을 업로드 못 할 것 같아 사두고 리뷰할 때 먹으려 했는데 저절로 손이 가더니 어느새 봉지를 뜯고 있는 어둠 속의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둠의 자식! (잘했어!)



역시 근본은 다르다. 치킨마저 양념보다 후라이드파인 나에게도 포카칩은 용호상박, 난형난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피 튀기는 형제의 난 그 자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파카칩에 한 표를 던진다. 양파 시즈닝의 맛이 덜 인위적이고 양념이 골고루 섞인 것은 항상 만족스럽지만 감자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단 맛이 강한 편이다. 아스파탐이 들어가는 걸 알고 먹어서 더 그런가? 모를 걸 그랬다.










3. STORY of 감자칩


1. 어. 근. 초 (어차피 근본은 초카칩)


그러나 포카칩 커뮤니티 반응은 사뭇 다르다. 간단하게 지칭되고 있는 용어들을 설명하자면 포카칩 오리지널을 파카칩, 포카칩 어니언을 초카칩이라고 하는데 더 나아가 풀이하면 봉지 색깔에 따라 줄임말로 부르는 것이니 다 알아들으셨으리라 생각하고 이하 설명은 생략하겠다.


포카칩의 근본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일단 커뮤니티를 쳐보면 안다. 그곳에서는 초카칩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포카칩 내에서도 반응이 압도적인 것을 보면 당황스럽다. 간간히 파카칩 응원글도 보인다. 괜히 반갑다.



2. 다시 한번 더, 어. 근. 초 (어 그래 근본은 초카칩이야.)


이에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반응한 것이 진정한 웃음벨이다. 오리온에서 파카칩과 포카칩 근본을 두고 싸우는 팬들이 귀여웠나 보다. 그래도 역시 동방예의지국의 제과회사답게 위계질서를 철저히 하는 입장을 밝혔으니... 반전이게도 포카칩 어니언이 1988년 출시, 포카칩 오리지널이 1992년 출시로 무려 4살 차이나 나는 형이었다.












Epilog. 어, 근, 사 (어차피 근본은 사실이다)


착각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것이 제법 사실일 때도 있다. 특히 사랑에서 우스갯 소리로 종종 떠도는 말들이 있다. '저 사람, 나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하면 아니고 '저 XX, 나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하면 맞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는다. 뼈 없는 무덤을 파고 깊숙이 들어가 자진해서 누워 스스로가 뼈가 된다. 그것은 착각한 내가 창피해서 숨는 것일까? 아니면 사실을 보고 싶지 않아서 숨는 것일까? 어쨌거나 이유는 찾을 수 없다. 그곳은 애초에 텅 비어있었으니.


그러므로, 어차피 근본은 사실이다. 사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바라보는 것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예의일 수 있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감자칩을 리뷰하며 많이 배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던,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 정작 깊게 파면 팔 수록, 알면 알수록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렇게 내 자신을 배운다.


그것은 곧 나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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