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04. 자가비_나의 군생활 '시절' 동반자
나의 군생활 에피소드들은 유독 생활 밀착형 스토리들이 많다. 막사가 워낙 작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소대 전체가 굉장히 끈끈한 관계였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알았다. 그중 내 취향은 눈에 너무 잘 띄는 편이었다.
내 감자칩 사랑은 군대에서도 유명했다. 특히 오늘 소개할 감자칩에 꽂혀 한 동안 헤어 나오질 못했다. 사회에서 한 번도 거들떠도 안 보던 녀석이었는데, 어느 날 햄버거에 감튀가 너무 생각나서 비슷하게 생긴 이 녀석이라도 '에라이, 꿩 대신 닭이다'하고 우연히 시도했다가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었다! 이후로 PX만 들리면 반드시 이걸 사가지고 왔고,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소대에서 몇몇 친구들이 내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 녀석을 향한 나의 사랑을 증명해 줄 대표적인 사건은 바야흐로 생일 때였다. 분대원들이 돈을 모아 PX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이 '감자칩'을 이불 세탁 봉지에 모조리 쓸어 담아 왔고 목 막힐까 봐 콜라 1.5L 3병과 함께 선물로 준 적이 있다.
그 당시 내 기억으로는 박스를 열어서 안에 봉지를 또 뜯어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많아서 몇 봉지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웃으며 식고문으로 맥이는 거 아니냐며 농담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 소등 시간 소대원들이 내 자리로 와 다 같이 감자파티를 벌였던 기억이 있다. 혼자 먹기엔 너무 많고, 다 같이 먹기엔 양이 좀 부족했지만 군생활 중 말도 안 되게 행복했던, 기억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비가 와서 센티해진 기분에 과거가 자꾸 떠오르는 오늘
감자튀김은 먹고 싶지만, 사 먹기에는 감자튀김의 양이 너무 많다면?
놀랍게도 입에서 조금 녹여(?) 먹으면 그게 그 맛이다. ㅋㅋㅋㅋㅋ
감자튀김 겉을 완전히 바삭바삭하게 튀긴 식감이지만, 신기하게 안까지 바삭바삭하지는 않다. 먹으면 먹을수록 안 쪽은 감자 특유의 포슬포슬~한 느낌이 살아난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이런 것까지 구현하지 하면서 단면을 쳐다봐도 안에 결을 살리거나 텅 비어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신기하다.
봉지를 열고 냄새를 맡아보면? 짭짤한 튀김 특유의 기름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기분 좋은 건 감자튀김 같은 생김새를 잘 구현했다는 점이다. 감자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채로 무늬처럼 남아있어 생감자를 먹는 맛이다.(아쉽지만 사실 미국산 냉동감자라는 점)
포스틱과는 다르게 밀가루 맛이 많이 나지 않는다. 감자가 약 87%라는 점에서 성형 감자 과자치고 감자 함유량이 높아서 그런 가보다.
처음 안 사실인데, 자가비는 2006년 일본 회사 칼비(calbee)가 처음 출시한 후 우리나라에서는 해태와 합작해 유통된 과자라고 한다. 이름은 감자를 일본어로 쟈가이모의 앞에 두 글자 쟈가와 일본 회사 칼비(calbee)의 마지막 글자 비를 따서 만든거라고..일본과자였다.
스틱형 감자튀김의 대표주자 중 하나이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스틱형 감자튀김을 리뷰할 생각이다! 생각나는 스틱형 감자튀김 있다면 댓글로!
그 이후로 이상하게도 사회에 나와서는 거의 자가비를 사 먹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언제든 감자튀김을 사 먹을 수가 있었기 때문일까? 아직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문득 손길이 갈 때가 있다. 그때 그 추억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직도 충분히 맛있고 매력적인 과자다.
깊게 생각해 보자면 사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문득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은 무뎌지고, 잊히고, 사라져 가지만, 그 시절을 톺아보면 너무 좋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줬던 것들이 있다.
일생에 걸쳐 인간은 자신의 모든 것들을 다 담아낼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그릇에 비유되나 보다.
비워내고 채우다 넘치고 또 비우기를 반복하는 삶 속에서 나를 잠시 채워줬던 '자가비'와 같은 존재들을, 잠깐이라도 내 곁에서 행복을 주었던 존재들에게 감사하고, 또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