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닙니다

[정신과의사의 솔직한 생각 #2]

by 정우열


안녕하세요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입니다. 오늘도 명언도 어록도 아니지만 제가 강연이나 책에서 정말 자주 하는 말들 중에서 반응이 좋은 문장으로 말씀 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문장은 "친구가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닙니다" 입니다. 이 말을 하면 많은 분들이 대답을 하실 겁니다. "아니요 선생님, 저 진짜 친구가 없어요. 사람이 없으니까 외로운 거죠." 근데 상담을 하면 할수록 외로움의 본질은 사람의 숫자랑 거의 상관없다는 거를 계속 확인하게 됩니다.


제가 만났던 외로운 분들 중에서는 소위 인싸, 친구가 많은 분도 있었고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도 있었고요, 팬이 많은 연예인도 있었고 연애를 하고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근데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혼자 있는 느낌이 계속 들어요. 누군가랑 있어도 공허해요. 내 편이 없는 거 같아요."


carolina-ghYHNrzS8pk-unsplash.jpg?type=w1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그런 감각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외로운 진짜 이유는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의 일입니다.


이 말이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근데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내가 진짜 힘들 때 "이 정도는 참아야지" 이렇게 하고, 또 정말 서운할 때 "내가 예민한 거겠지", 또 내가 너무 외로울 때 "아 이런 감정 느끼면 안 되는데"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대하면서 살다 보면 가장 먼저 멀어지는 사람이 누굴까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사람이 부족하구나, 더 친해질 사람이 필요하구나, 누군가 나를 채워줘야겠구나. 그래서 더 연락을 하고 더 관계를 만들고 더 애를 쓰죠. 근데 이상합니다. 사람이 늘어나도 이 외로움은 잘 안 사라지죠. 왜냐하면 외로움은 사람을 더 데려오라는 신호가 아니라 사실 나의 편이 되어 달라는 내 마음의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sasha-freemind-Pv5WeEyxMWU-unsplash.jpg

자기 편이 없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외로움이 더 커지죠. 누가 한마디를 하면은 오랫동안 상처를 받고 혼자 있는 시간 자체가 너무 불안하고 그래서 계속 누군가한테 매달리거나 반대로 아예 사람을 피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은 이게 대인관계 문제 같지만 실제로는 내 감정을 함께 들어줄 이 내부의 사람이 없는 상태입니다.


본질은 내부의 사람이 없는 건데 오히려 밖에서 자꾸 사람을 찾으려고 하게 되죠. 혼자 있는 거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혼자 있을 때에도 자기 자신과 단절이 되어 있는 상태죠. 혼자 있으면서 계속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자기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자꾸 밀어내고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이렇게 반복을 하면은 그게 진짜 가장 외로운 상태죠.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한데요, 딱 두 가지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감정을 고치려 하지 말고 인정부터 하기입니다. "아 내가 외롭구나, 지금 마음이 비어 있구나" 이런 식으로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는 겁니다. 다음은 판단 없이 같이 있어 주기입니다. 해결을 안 해도 됩니다. 긍정 안 해도 됩니다. 그냥 같이 있어 주면 됩니다. 이렇게 감정 인정과 함께 있어 주기, 이 두 가지가 자기 자신과의 관계 회복의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정말 신기한데요,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다시 회복이 되고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이 되기 시작하면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덜 무섭게 느껴지고 그러니까 사람을 덜 절박하게 찾게 되고 관계에서도 덜 상처를 받습니다. 이거는 주변에 사람이 늘어서가 아니죠. 내 안에 내 편이 생겼기 때문이죠. 그래서 외로움은 어떻게 보면은 나의 방향성을 나에게로 다시 돌리라고 알려주는 굉장히 소중한 감정입니다.


그러면 오늘 말씀드린 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친구가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닙니다. 사람이 외로운 진짜 이유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은 사람을 더 데려오려고 애쓰기 전에 먼저 자기 편부터 되어 주세요. 이게 외로움을 가장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법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람은 생각보다 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