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변호사가 되어 주세요

[정신과의사의 솔직한 생각 #3]

by 정우열


안녕하세요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입니다. 오늘도 명언도 어록도 아니지만 제가 책이나 강연에서 정말 자주 하는 말들 중에서 반응이 좋은 문장으로 말씀 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문장은 "내 마음의 변호사가 되어 주세요"입니다. 근데 이 말을 들으면 이런 의문이 아마 드실 거예요. "그거 그냥 합리화 아닌가?" 그래서 이게 왜 합리화가 아니라 자기 연민인지, 그리고 이게 마음 건강에 왜 이 태도가 필요한지를 차분히 설명을 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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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건강이 안 좋아진 분들의 공통점은 자기의 마음을 지나치게 심판하는 건데요. 실수 좀 했다고 "아 왜 이렇게 못 하냐", 다음에 사소한 감정 기복에도 "어 이런 감정 느끼면 안 되지", 그리고 정말 힘들 때에도 "이 정도로 힘들어하면 그건 문제지" 이런 식으로 자기 마음을 늘 어떤 심판대 앞에 세워두고 판결을 내리면서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은 머릿속에서 굉장히 많은 질문들이 반복이 되는데요. "이건 내 잘못이지", "이건 내가 예민한 거겠지", "내가 부족해서 그렇겠지" .. 하지만 이거는 의문이 아니죠. 어떻게 보면 심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런 심문이 매일 자동적으로 계속 반복된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은 소소한 감정조차 다 문제시하게 됩니다. 불안을 느낄 때에는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다" 또는 "노력이 부족해서다" 이런 식으로, 또 화가 날 때는 "그건 내 인성 문제다", 내가 슬플 때는 "그거는 내가 나약해서다"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죄가 아니죠. 그리고 감정은 각각 상황에 대한 내 마음이 주는 신호죠. 근데 이런 신호를 잘 읽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바로바로 그냥 유죄 판결을 내려 버리는 거죠.


그래서 제가 오늘 말씀드리는 내 마음의 변호사가 되어야 된다는 말을 하는 건데요. 마음 건강은 판사나 검사 역할을 해서는 회복되지가 않습니다. 변호사가 되어 줄 때 회복이 됩니다. 내 변호사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이렇게 된 데는 맥락이 있다", 그리고 "내 감정이 이런 거는 그 이유가 있다" 이런 태도를 가지는 게 마음 건강 회복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이 부분에서 "이거 합리화 아닌가?" 하는 의문이 또 들 수가 있는데요. 내 마음의 변호사가 된다는 거는 합리화가 아니라 자기 연민입니다. 합리화는 그 결과를 정당화하는 거고 책임을 치워 버리는 거고 그냥 "어쩔 수 없었어", "난 잘못 없어" 이런 식으로 그냥 끝나 버리는 거죠. 그래서 성장이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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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기 연민은 전혀 다릅니다. 자기 연민은 "내가 이렇게 느낄 만한 상황이었어", 그리고 "나는 많이 버티고 있었어", "이래저래 해서 이런 반응이 나온 거야" 이런 식으로 차이가 있어요. 자기 연민은 잘못이 없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고요, 다만 나를 그냥 이유 없이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는 않는 겁니다.


상담 과정에서 이 차이가 분명히 보이는데요. 상담을 지속하다 보면은 자기 연민이 생기는 시점 전후가 많이 다른데요. 자기 연민이 없을 때는 보통 이렇게 됩니다. 자기 비난을 막 하면서 그 상황을 자꾸 회피하게 되고 그러다가 포기하게 되고 그러면 더 큰 자기 혐오가 따라오죠. 이런 악순환이 펼쳐지는 반면에, 자기 연민은 "아 내가 이런 상황에 약하구나, 그러니까 다음에는 이 지점에서도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 그리고 "이거는 내가 고쳐야 될 문제가 아니라 좀 잘 다뤄야 될 패턴이구나" 이런 식으로 해석이 되고 오히려 책임을 스스로 지게 되는 그런 선순환이 되는 거죠.


이 지점에서 또 흔한 오해가 있는데요. 그렇게 '자기 연민 하다 보면은 약해지는 거 아니냐?' 하지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자기 연민은 자기 혐오보다도 훨씬 강합니다. 자기 혐오는 사람을 무너뜨리고 자기 연민은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이렇게 내 마음의 변호사, 즉 자기 연민의 태도가 생기면은 실수를 해도 회복이 빠르고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다시 도전할 그런 여지가 생기죠. 그 중요한 이유가 내 마음이 더 이상 그 적대적인 법정에 혼자서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을 정리해 보겠는데요. 내 마음의 변호사가 된다는 거는 합리화가 아니라 자기 연민의 태도로 나를 대하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이런 연습을 좀 해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 주는 겁니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거는 합리화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내 마음의 변호사가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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